스승이 그려준 봄꽃 그림 18점 제자들이 모아 전시회로 ‘花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명지대 미술사학과 이태호 교수가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송지연 씨에게 대만 답사 중에 그려준 매화. 갤러리 카페 ‘봄’ 제공

- 이태호교수 ‘대만의 사계절’展

답사中 즉석 꽃그림 일일이 선사
‘기품있는 그림 함께 감상’ 뜻모아
제자들, 28일까지 갤러리서 공개

매서운 겨울 한파 한가운데서도 사제지간의 훈훈한 정이 봄꽃을 활짝 피워냈다.

이태호(서울산수연구소장·사진) 명지대 미술사학과 초빙교수가 7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성북구 안암동의 갤러리카페 ‘봄’(02-2039-0230)에서 ‘봄에 만난 대만의 사계절’이란 타이틀로 답사그림전을 연다. 이번 대만그림전은 지난해 7월 ‘서울산수’(월간미술) 출간 기념으로 노화랑에서 가진 ‘미술사가 이 교수의 서울그림전’에 이어 두 번째 개인전이다.

노화랑 전시 당시 미술사학자인 이 교수의 학부 전공이 서양화(홍대 미대)인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전시는 미술사학자의 두 번째 개인전이라는 측면보다도 전시가 기획되고 성사된 과정 때문에 더욱 눈길을 끈다.

지난달 11일 명지대 미술사학과 대학원생 및 동문 18명은 은사인 이 교수와 대만행 비행기에 같이 몸을 실었다. ‘따뜻한 대만답사’라는 타이틀 아래 3박 4일 일정으로 국립고궁박물원이나 장대천기념관 등을 둘러보는 여행이었다. 한겨울인데도 영상 15도 안팎인 대만에는 봄이 온천지에 가득했다. 대숲과 갈대밭이 따사로운 바람에 일렁이는 가운데 매화와 동백, 나리, 양귀비, 수련 등이 만개했다.

이 교수는 답사 마지막 날 저녁에 대만에서 산 스케치북에 답사자에게 한 점씩 꽃 그림을 그려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 행사도 어찌 보면 화사하게 무르익은 대만의 봄 때문에 마련된 것인지 모른다. 이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지난 2016년 박사 학위를 받고 이번 답사에도 동행한 이은주 명지미술치료연구소 소장은 “교수님이 원하는 꽃을 그려주겠다고 하셨어요. 원하는 꽃이 없는 경우에는 마주 보면 떠오르는 꽃 그림을 그려주겠다고 하신 후 모두 그려주셨죠. 전 동백을 받았고요. 뭉클했습니다” 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18명의 제자 모두에게 26.5×19.5㎝의 유럽산 면지에 그린 수묵 담채화 한 점씩이 주어졌다. 석사과정에 있는 한성희 씨는 “소품이어도 문인화와 같은 기품이 있으면서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느낌도 가득해 그림을 보면 누구나 소장하고 싶은 생각이 들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림을 받은 제자들은 각자 흩어질 것이 아니라 한 장소에 모아 전시회를 열기로 의기투합했다. 마침 제자 중 박사과정 중인 최원규 씨가 갤러리 오픈을 준비 중이었고, 장소도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정해졌다. 전시에는 모두 25점의 그림이 전시된다. 제자들이 소장한 18점의 작품에, 답사를 다녀온 뒤 이 교수가 그린 7점이 추가됐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