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體도 해파리도… 모든 생명체는 聖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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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몸의 구조 /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 지음 / 그림씨
자연의 예술적 형상 / 에른스트 헤켈 지음 / 그림씨

‘클래식 그림시리즈’라는 이름으로 문명사적으로 중요하나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그림으로 된 고전 두 권이 나왔다. ‘사람 몸의 구조’는 ‘근대 해부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베살리우스(1514∼1564)가 1543년 출판한 것이다. 르네상스 후반 벨기에 브뤼셀의 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베살리우스는 학계 전통을 무조건 따르지 않고 시신을 직접 해부함으로써 실증하려 했다. 서양의학의 근간이었던 갈레노스의 해부학 교과서는 원숭이 등 동물을 해부한 것으로 실제와 차이가 있었다. 베살리우스는 인체를 해부해 갈레노스의 해부학이 잘못됐음을 실증했으며, 인체 개념을 바꾸어 놓았다. 그는 해부하면서 동시에 강의했고, 교보재로 그림을 그려 사용했다. 해부 결과를 정확하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표현할 수 있는 예술가적 감각을 가졌기에 가능했다. 고려대 의대 해부학교실의 엄창섭 교수가 해설했다. 256쪽, 1만1900원.

‘자연의 예술적 형상’은 생태학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고 대중화시킨 독일의 생물학자이자 철학자인 에른스트 헤켈(1834∼1919)의 책이다. 1859년부터 1887년까지 지중해를 여행하면서 발견한 150여 종의 방산충(해양성 플랑크톤의 한 무리)을 비롯해 1000여 종을 새로 발견하여 명명했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1899년부터 1904년까지 5년에 걸쳐 이 책을 출간했다. 다양한 해양생물을 환상적인 필체로 그리고 설명을 붙였다. 헤켈의 해양 미생물 그림을 아돌프 길치(1852∼1911)가 석판화로 인쇄했는데, 이는 당대의 예술가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헤켈은 생명체의 아름다운 형상을 발견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미적 감각을 일깨웠고 동시에 그림과 조각에 새로운 기풍을 불어 넣었다고 자화자찬했다. 헤켈은 방산충, 해파리, 달팽이, 조개, 규조류, 식물의 씨앗에서 자연의 시각적 질서를 보여 준다. 헤켈은 모든 형태의 자연이 성스럽다고 여겼는데, 이는 영(靈)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보는 이런 시각은 생태학을 탄생시키는 데 작용했다. 이 그림책은 예술사적인 측면과 아울러 과학적인 측면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이 해설을 붙였다. 232쪽, 1만19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