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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회평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09일(金)
영리한 誤조준이 오발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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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한국 쇼트트랙 바깥돌기 역발상
과녁 비켜 맞히는 양궁 오조준
빤한 길 넘어선 혁신 우회 전략

최저임금·직고용·집값 정책
下手가 잘 빠지는 정조준 함정
시장의 맥락 읽어야 실패 없어


한국 쇼트트랙의 독보적인 성적을 기술력이나 체력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111.12m 쇼트트랙 주로에서 승부처는 코너다. 직선 코스에서 생겨난 관성에 의존하면 선두권 중심에서 멀어진다. 커브에 집착하면 직선 주로로 바뀔 때 가속을 얻지 못한다. 원심력과 구심력이 길항하는 지점에서 한국 선수들은 혁신적인 전략으로 매번 앞서나갔다. 1994년 릴레함메르동계올림픽에서는 코너링 때 기습적으로 안쪽을 파고들었고,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선 거꾸로 아웃사이드로 크게 돌면서 대역전극을 펼쳤다. 한국 선수들은 빤한 길을 가지 않았다.

하계올림픽엔 양궁이 있다. 화살의 궤적은 곡선이다. 눈에 보이는 과녁으로 곧장 향하지 않는다. 중력은 위아래로, 바람은 좌우로 개입한다. 바람만 해도 사나운 듯해도 길을 내주는 바람, 평온해 보여도 무거운 바람이 있어 천차만별이다. 그런 바람의 결까지 읽어 과녁을 비켜 과녁을 맞히는 것이 오(誤)조준이다. 과녁에 집착해선 적중(的中)이 어렵다. 오조준은 기억과 훈련과 통찰을 두루 담은 마음의 조준이다. 한국 양궁의 경쟁력은 탁월한 오조준에서 나온다.

오조준은 양궁 외에 사격·골프·당구·검도에서 고수의 기본 요건이다. 스포츠를 벗어난 영역에서도 오조준은 유효하다. 정부 정책에 국한해 보면 ‘너지’와 맥이 닿는다. 목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옆구리를 살짝 찌르는’ 식으로 우회하는 방법이다. 문재인 정부가 의욕을 보이는 경제정책의 공통점이 있다. 과녁을 향해 마냥 직진하는, 양궁 문법을 빌리면 정조준이다.

최저임금 1만 원 정책의 지향점은 저임 근로자의 생계기반을 든든히 받쳐주는 것이다. 1차로 올해 한꺼번에 16.4% 올리자 환호보다 비명이 더 컸다. 여력이 안 되는 소상공인·중소기업이 인력 줄이기에 나서면서 음식점 종업원과 경비원·알바생들의 일자리가 불안해졌다. 문 정부가 겨냥한 과녁을 벗어나 취약계층에 오발탄이 떨어진 형국이다. 당혹스러운 사태 진전에 ‘최저임금 아닌 임대료가 주범’이라고 떠넘겼고, 통하지 않자 3조 원 혈세 지원에 올인했지만 그나마도 외면을 당하고 있다. 화살을 강하게, 빠르게 쏜다고 적중하는 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산입범위 확대, 업종·지역별 차등 같은 보완책과 병행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았다. 덜컥 강행한 뒤에야 수습하려 하니 얻을 것을 이미 얻은 노동계가 말을 들어줄 리 없다. 그 이전에 최저임금이 왜 1만 원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없다. 탈원전 정책도 그랬듯 과녁 설정부터가 부실했다.

인천공항 전원 정규직화는 대다수가 신설 자회사로 옮기는 것으로 결론 났다. 문 대통령이 직접 가서 선물을 내놓았을 때 눈물을 흘렸던 비정규직들은 인천공항 정직원을 꿈꿨을 것이다. 그러나 기대는 빗나갔고, 그 와중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온 기존 정규직과 심한 갈등까지 겪었다. 고용노동부의 파리바게뜨 제빵사 직고용 명령도 역시 자회사 형태의 간접 고용으로 봉합됐다. 그러나 인건비 부담이 커진 가맹점들이 직접 빵을 굽겠다고 나서면 일자리마저 불안해질 수 있다. 전원 정규직화·직고용 강요는 정조준으론 애초에 맞힐 수 없는 과녁이었다.

부동산 정책은 과거 오류를 그대로 답습한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노무현 정부는 서울 강남을 집값 폭등의 진원지로 정조준하고 직공(直攻)으로 일관했다. 세금 중과, 재건축 규제 등 초강경 카드는 번번이 과녁을 빗나갔고, 강남은 연이은 오발을 비웃듯 굳건히 살아남아 집값 상승을 주도했다. 문 정부는 똑같은 실패를 겪고도 똑같은 과녁을 향해 추가 화살을 꺼낼 태세다. 근로시간 단축 논의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휴일 초과근로 할증률을 150%로 유지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은 그중 진일보한 면모다. 근로시간을 주 최장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기로 한 마당에 노동계 요구대로 할증률을 200%로 올리면 초과근로를 조장하는 셈이다. 하지만 문 정부 지지세력인 노동계와 등을 지는 일이라 더 지켜볼 사안이다.

문 정부의 잇단 경제정책 파열음은 ‘우리는 옳다’는 우월감으로 시장의 힘을 간과하는 데서 온다. 전문 관료를 제치고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청와대 참모들이 그 중심에 있다. 정조준은 하수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무턱대고 공략하면 시장은 과녁을 옮겨 대항한다. 영리한 오조준만이 오발탄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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