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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12일(月)
“올해 그린 작품이니 ‘74년 인생’이 담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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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대성 화백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 전시된 작품 ‘효설(曉雪)’ 앞에 서 있다. 올해 완성된 효설은 세로 235㎝, 가로 756㎝ 크기의 대작이다. 김선규 기자 ufokim@
박대성 화백 수묵화 개인전

내달 4일까지 인사아트센터서
올해 그려낸 신작 ‘효설’ 눈길
세로 235㎝·가로 756㎝ 대작

실경산수 계보잇는 한국화 거장
불국사·독도 등 100여점 전시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1층에 들어서면 소나무와 석탑을 배경으로 경주 불국사가 그려진 ‘효설(曉雪)’이란 한국화가 방문객을 반긴다. 효설이란 ‘새벽에 내리는 눈’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림은 세로 235㎝, 가로 756㎝의 대작이며 올해 그려진 신작이다.

이 정도 대작을 완성하는 데 얼마의 노고를 바쳤는지 궁금해 작가인 박대성(朴大成) 화백에게 제작 기간을 묻자. “74년!”이라는 ‘선문답’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박 화백은 1945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치면 74세다.

한국 미술계에서 수묵화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소산(小山) 박대성 화백의 개인전이 3월 4일까지 인사아트센터(02-736-1020) 전관에서 열린다.

박 화백의 작품을 집대성한 이번 전시에서는 벽면을 가득 채울 정도의 크기인 불국사 시리즈, 독도 등의 대작에서부터 서예작품과 3, 4호짜리 소품 그리고 추사체처럼 조형미가 넘치는, 독특한 서법의 서예작품까지 신작 100여 점이 선보이며 작업과정을 담은 영상도 볼 수 있다.

수묵화를 이어가는 작가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한국 미술계에서 박 화백은 그 전통을 이어가는 독보적인 작가다. 그래서 그는 겸재 정선(1676~1759)에서 소정 변관식(1899~1976)과 청전 이상범(1897~1972)으로 이어지는, 실경산수 계보를 잇는 한국화 거장으로 회자된다.

비록 제도권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어도 그는 끊임없는 연습으로 묵화부터 고서까지 숙달했다. 경북 청도에서 태어난 작가는 6·25전쟁 당시 부모를 여의고 자신의 왼쪽 팔까지 잃는 아픔을 겪었지만, 그림이 좋아 외롭게 연습을 거듭하는 고행의 길을 걸어왔다.

독학으로 그림을 익히던 그는 집안 어른의 소개로 18세 때부터 노당 서정묵(1920~1993)의 문하에서 5년간 그림을 배웠고 이후 이영찬(83) 화백과 서울대 동양화과 박노수(1927~2013) 교수의 조언을 받으며 공부했다. 그리고 부산 동아대에서 열린 국제미술대전에서 1965년 첫 입선을 시작으로 6년 연속 입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시골에서 태어난 것을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유년기에 시대의 아픔을 겪고, 또 그것을 나름대로 헤쳐 나왔습니다. 어릴 때부터 붓을 들어 74세가 되는 지금까지 한 번도 붓을 놓은 적이 없습니다. 동아대에서 처음 입선할 때부터 따지면 화업 50년입니다.”

수묵화의 전통에 박 화백은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까지 더해냈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이 ‘박대성, 수묵에서 모더니즘을 찾았다’로 정해진 것도 그 같은 작가의 화풍을 반영하고 있다.

박 화백의 그러한 화법에는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정립하기 위한 지난한 방랑과 배움의 세월이 도사리고 있다. 그는 서른 살 때 수묵화의 본고장에서 보고 배우기 위해 대만으로 건너가 1년간 유학했고 그로부터 20년 뒤에는 현대미술을 탐구하기 위해 뉴욕 소호에서 또 1년간 머물렀다. 이때의 경험은 2000년대부터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추상성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히말라야, 실크로드 등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작품의 스케일을 키웠다. 소나무가 무성한 경주 남산 자락에는 20년 전 작업실을 차렸다.

경주로 옮아와서도 그의 정진은 계속됐다. 박 화백은 ‘서(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신라 명필 김생, 추사 김정희, 마오쩌둥(毛澤東), 갑골종정(甲骨鐘鼎) 등의 작품을 연구했다. ‘서’에 대한 탐구는 작품 안에서 선의 변화로 나타났다. 여전히 자연풍경이 주된 작업의 소재이나 물상을 표하는 선 자체가 힘찬 기(氣)를 내뿜고 필획의 힘이 돋보이며 화면 가득히 기운생동(氣韻生動)하는 느낌과 긴장감이 넘치게 됐다.

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은 그 같은 화풍에 대해 “박 화백의 그림에는 모더니즘의 모습이 있다. 큐비즘, 초현실주의, 미니멀리즘, 극사실주의 등이 한 화면에 나타나기도 한다”며 “한국화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수묵을 현대화했다는 점에서 동북아 수묵화단에 던지는 의미가 참으로 예사롭지 않다”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mail 이경택 기자 / 문화부 / 부장 이경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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