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상회담 제안 이후>사상 처음으로 공개 추진되는 남북정상회담

北 김여정, 회담 공개 제안
제3국 비밀협상 과거와 달라
두차례 실무 서훈 역할 주목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양 방문을 요청한 것은 남북정상회담의 사상 첫 공개 제안이라는 점에서 그 배경과 향후 추진 방식에 관심이 쏠린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문 대통령과 북한 대표단의 접견 자리에 등장하면서 앞으로 정상회담 추진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국정원장이 나서는 데 대한 비판론도 제기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김 부부장이 문 대통령 접견 시 ‘국무위원장의 특명을 받고 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노동당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여동생인 김 부부장을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참가 대표단에 포함시킨 것이다. 고위 당국 간의 비밀 접촉을 통해 연락 채널을 만들고, 제3국에서 만나 은밀히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게 기존의 공식이었지만 김 위원장은 이번에 공개적으로 정상회담 의사를 밝히면서 속도전의 의사를 보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앞으로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남북 간의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서 원장의 역할이 주목된다. 서 원장은 지난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때 핵심 역할을 했고, 북한 경수로 건설을 위한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 당시 1997년부터 2년간 북한에 거주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정보기관장이 북한과의 교류 사업에 나설 경우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대북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정보 역량이 크게 약화됐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앞서 두 차례 정상회담은 각각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과 김 전 원장이 북측 인사와 비밀 접촉을 통해 실무 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두 차례 모두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열려 선거개입용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