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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역사 속 ‘사랑과 운명’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19일(月)
머리카락으로 미투리 엮어 남편 棺에… 죽어서도 이어진 애틋한 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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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이엄마 편지(1586년) 필사. 안동대학교박물관 제공

■ 원이네 夫婦 못다 이룬 사랑

애타는 마음 적은 편지도 함께
군데군데 눈물 자국 그대로…


부부간에 금실이 좋으면 하늘도 시샘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물론 서로 오손도손 아끼고 사랑하며 백년해로하는 부부도 있겠지만, 금실이 좋은 부부 중 하나가 비명횡사(非命橫死)하게 되면 사람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그렇게 말하기도 한다. 조선 시대에 원이네 부부도 그랬다. 부부는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꿈같은 결혼생활을 했다. 부부는 함께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남들도 우리처럼 이렇게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하며 살까?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행복할까?” 하며, 더없이 행복한 자신들의 사랑을 확인하곤 했다. 그러면서 “둘이 머리가 세도록 함께 사랑하며 살다가, 함께 하늘나라로 가자”고 약속도 했단다.

그러던 1586년(선조 19) 어느 날, 남편인 이응태가 서른한 살이 되던 해 여름이었다. 건강하던 남편이 갑자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것이다. 아내는 남편을 간호하며, 남편이 완쾌되면 선물하려고 한 땀 한 땀 미투리도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아내의 정성에도 이응태는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사랑하는 부인에게는 배 속의 아기와 어린 원이만 남긴 채로 말이다.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남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자 아내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남편에 대한 사랑과 심경을 편지에 담아 죽은 남편의 곁에 함께 묻었다. 이제는 읽을 수도 없고, 편지에 쓴 내용대로 해 줄 수도 없는 남편에게 너무나 그리워 살 수 없으니 꿈에서라도 꼭 나타나 달라고 부탁한다. 그녀의 슬픔이 어떠했을지, 편지 군데군데 떨어진 눈물 자국에 담겨 그대로 전해진다.

원이 엄마는 이 편지를 손수 짠 미투리와 함께 관 속에 넣었다. 남편을 간호하며 만들었던 바로 그 미투리였다. 보통 미투리는 삼실로 엮어 만드는 방식이지만 그녀는 거기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함께 엮었다. 미투리를 싼 종이는 많이 훼손됐지만 일부 글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종이에는 “이 신, 신어보지도 못하고…”라는 글이 남아 있었다. 건강을 되찾아 아내의 정성과 함께 받았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미투리는 남편의 저승길을 함께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이 늘 날더러 이르기를 ‘둘이 머리가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시더니 어찌하여 나를 두고 당신이 먼저 가셨습니까. 나하고 자식은 누구에게 의지하여,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셨습니까.…어찌 이런 일들을 생각지 아니하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십니까.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래도 난 살 수가 없어서 빨리 당신에게 가고자 하니 나를 데려가십시오. 당신을 향한 마음은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이 편지를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일러 주십시오. 나는 꿈에서 당신을 보리라 믿고 있습니다. 꼭 보여 주십시오. 너무나 그지그지 없어서 이만 적습니다. -병술년 유월 초하룻날 집에서”

이응태의 무덤은 1998년 안동에서 발굴됐다. 고성이씨 문중 입회 아래 진행된 발굴에서 미라 상태의 이응태 옆에 편지와 미투리가 함께 놓여 있었다. 사랑하는 부부가 헤어지는 고통을 겪고 견뎌야 하는 삶은 힘들고 괴로웠겠지만, 죽어서까지 이어진 그들의 사랑은 하늘의 시샘으로도 막을 수가 없었다. 고통스러웠던 헤어짐의 시간은 400년이 지난 지금에서 보면 찰나와 같지만, 그들의 사랑은 남은 편지와 미투리로 생생하게 전해진다.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백년해로, 아니 영원한 해로를 하고 있을 원이네 부부가 자신들의 사랑 이야기를 이렇게 오롯이 우리에게 전해준 의미가 무엇인지 뭉클하게 다가온다.

김은양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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