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트위터 봇’, 美여론 조작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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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총기난사 후 수백건 글
총기규제 논란 분열 부추겨

클루니부부 50만달러 기부

러시아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봇 계정들이 미국 플로리다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직후부터 미국 내 총기 규제 논란에 참여해 미국 내 여론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각종 SNS가 특정인 혹은 집단에 의해 여론 조작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해 주목되고 있다.

20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미국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직후부터 러시아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봇에서 수백 건의 트위트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들 계정은 마치 케이블방송 뉴스채널처럼 관련 뉴스 속보를 올렸다. 일부 계정은 ‘#guncontrolnow’(건 컨트롤 나우), ‘#gunreformnow’(건 리폼 나우), ‘#Parklandshooting’(파크랜드 총격) 등과 같은 해시태그를 달기도 했다.

총기 난사 사건 용의자인 니콜라스 크루즈의 정신 건강에 관한 트위트도 있었다. 트위터는 미국의 대표 SNS 가운데 하나로 상대적으로 빠른 소통이라는 장점 때문에 특히 정치권에서 많이 사용된다. 트위터 봇이란 로봇이 발송하는 트위트라는 의미로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으로 트위트를 하는 것을 말한다. 허위정보 감시단체 뉴 날리지의 조너선 모건 대표는 NYT에 “봇들은 총기 규제 문제와 같은 미국에서 매우 논쟁적인 부분에 거의 시스템적으로 집중하고 있다”며 “총기 규제 관련 트위트는 찬반 양쪽 진영의 감정을 부추기는 쪽으로, 또는 경찰 발표나 언론 보도에 대해 의심을 제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허위정보 감시단체 민주주의 지키기 연합도 러시아와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트위터 계정 중 일부에선 사람이 직접 트위트를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는 트위터 봇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이들 계정 가운데 상당수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관련 내용을 게시해오다 총기 참극이 발생하자마자 총기 규제 논쟁에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통해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고 대선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공모 의혹에 대한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에서도 러시아가 미국 내 여론 분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뮬러 특검은 지난 16일 SNS의 포스트, 광고 등을 통해 미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러시아 인사 13명과 러시아 기관 3곳을 기소한 바 있다.

한편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사진 오른쪽)와 부인 아말 클루니(왼쪽)는 플로리다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생존자들의 총기 규제 촉구 평화행진에 50만 달러(약 5억3700만 원)를 기부하기로 했다. 클루니는 “총기 규제 운동에 나서는 학생들의 용기에 감명받았다”면서 “다음 달 열리는 행진에 우리 가족도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