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설 현수막으로 ‘불출마 선언’?

국회의원 김부겸 명의로 게시
대구시장 출마땐 선거법 위반
‘출마요청 막으려 손쓴듯’분석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설 연휴 때 자신의 지역구(대구 수성갑)에 설 인사 등의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내건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이는 장관 신분으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김 장관이 6·13 지방선거 때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할 경우 공직선거법에 저촉된다. 김 장관이 본인의 부인에도 당 안팎에서 끊임없이 ‘대구시장 차출론’이 제기되자 우회적인 방식으로 쐐기를 박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구 지역 여야 인사들에 따르면 김 장관은 설 연휴 기간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 6장을 지역구에 게시했다. 현수막에는 각각 ‘축 2·28 민주운동 국가 기념일 지정’ ‘평창 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지역을 살리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등의 소제목이 달렸다. 게재 주체는 ‘국회의원 김부겸’으로 돼 있었다.

명절을 앞두고 정치인들은 통상 이런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하지만, 이번처럼 선거를 앞둔 명절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선거법 제90조는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이 법의 규정에 의한 것을 제외하고는 화환·간판·현수막 등 광고물이나 광고시설을 설치·게시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구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장관은 해당 현수막을 걸 수 있지만, 입후보 예정자는 걸 수 없다”며 “김 장관이 대구시장에 출마한다면 해당 행위가 선거법에 저촉된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김 장관이 쇄도하는 출마 요청을 확실히 차단하기 위해 미리 손을 쓴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또 자유한국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대인 김 장관이 빠지게 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영남 공략도 난관에 부닥쳤다는 반응이 나온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