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집값 대책, 강남만 보면 또 必敗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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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정부가 지난 20일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보도자료 어디에도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한 방편이라는 말은 없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는 이것이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임을 안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숨 가쁘게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다주택자 및 고가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규제와 양도세 중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그리고 이젠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다. 앞으로도 분양가 상한제, 보유세 인상 등 굵직한 것들이 더 남아 있다.

실제 강남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비롯한 일부 아파트는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다. 그러나 강남 전체와 서울, 전국을 놓고 보면 지금이 폭등 상황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일련의 정책들이 꼭 필요한지도 의심스럽다. KB부동산지수를 보면 최근 5년간 강남 아파트는 연평균 3.21% 올랐고, 수도권은 2.27%, 그리고 지방 아파트는 0.03% 올랐다. 지금 폭등이라고 인식되는 것은 몇몇 단지의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실제 서울 중에서도 강남권 외의 집값은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강남 집값이 오르면 서울 집값이 오르고, 이어서 수도권과 지방도 올랐기 때문에 강남 집값 대책이 의미 있었으나, 지금은 지방 집값 하락이 무서운 상태이므로 실효성이 작다.

현 정부 들어 지금까지 쏟아낸 정책들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지도 않은 시점에, 그리고 그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새로운 규제를 계속해서 남발하고 있는데, 과연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매우 우려된다. 게다가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 대부분이 단기적으론 그럴듯해 보이나, 중장기적으론 외려 가격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커서 더 혼란스럽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의 강화는 시장에 큰 혼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 값은 급락하고, 이를 피해간 곳은 희소성으로 인해 급등하는 등 지극히 불안한 상태가 유지될 듯하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어디로 튀어서 풍선효과가 나타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이러한 대책은 4월부터 시행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효과와 맞물려 단기적으론 집값을 잡을지 모르나, 중장기적으론 공급물량 축소에 따른 또 다른 가격 폭등도 가능한 상황이다.

지자체의 권한에 중앙정부가 개입할 정도로 지금이 위기 상황인지 모르겠다.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고, 수준 높은 주거 환경을 추구할 권리마저 희생당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의심스럽다.

지금은 강남 집값만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2003년부터 지방 아파트에 대한 지표를 산정했는데, 처음으로 재작년과 지난해에 0.67%와 1.39% 빠졌다. 지난해 경남 창원시 성산구의 아파트 값은 무려 8.6%나 빠졌다. 성산구 전체가 8.6%이니, 몇몇 단지는 10% 이상 빠졌을 것이다. 거제시도 6.1%나 빠졌다. 외환위기 때 전국 집값이 12.4% 빠진 데 비하면 작지만, 신용카드 사태 때 그렇게 경제가 어렵다고 느꼈는데도 집값은 2.1%밖에 빠지지 않았다. 지금 지역별로는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소식을 시작으로, 미국의 무역 제재로 인한 지방경제 악화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방은 미분양이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의 의도대로 강남 집값이 잡혀도 머리 아프다. 지방 시장은 붕괴로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젠 강남에 집착 말고 나라 전체 시장을 고민해야 한다. 단기 대책보다는 장기 대책을 고민해야 시장 불안과 왜곡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