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정부 ‘김영철 勅使(칙사) 대접’과 천안함 유가족의 절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인 김영철을 접대하는 문재인 정부의 과공(過恭)을 지켜보는 국민은 참담하다. 김영철은 북한의 대남공작 수장으로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지휘한 인물임에도 25∼27일 ‘평창올림픽 폐막식 북한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 중이다. 2014년 군사회담 대표로 판문점 협상에 참여한 것과, 이번의 ‘손님 자격’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에서, 방남 자체부터 부적절하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무슨 칙사(勅使)라도 되는 양 김영철을 옹호하고 떠받들기에 급급하니 대다수 국민이 불편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 대통령은 25일 오후 올림픽 폐막식 직전에 1시간가량 김영철을 접견했다고 한다. 김영철은 27일 돌아갈 때까지 문 정부 고위인사들과 계속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의 회동부터 ‘깜깜이 회동’으로 끝났다. 시간과 장소는 물론 대화 내용을 국민에겐 쉬쉬하고 있다. 사진 한 장도 공개되지 않았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영철 심기만 의식하고, 정작 국민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이런 식이면 만나지 않는 게 나았고, 만났다면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힐 의무가 있다. 앞서 25일 오전 통일부 차관이 김영철을 영접했으며, 반대 시위로 통일대교가 막히자 군작전 지역 안을 통과하는 특별 대접을 했다. KTX 정차역도 아닌 덕소역에 특별열차 편을 편성했고, 이 때문에 평창행 일반열차는 10여 분씩 연착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김영철 일행은 최고급 호텔에 묵고 있는데, 비용은 국민 혈세로 지불된다.

이 지경이니 천안함 유가족들이 “여기가 북한이냐 대한민국이냐”고 절규하는 것이다. 천안함 46용사 유족회 회원들은 25일 청와대 부근에서 집회를 갖고 “내 자식은 나라 지키다 죽었다. 세월호보다 못한가”라고 반문하고 “폭침 주범 김영철을 비호하고, 유족들은 무시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개탄했다. 군 복무 연령대인 2030세대는 관련 사이트에 ‘이렇게 치욕적으로 굴종해야 하느냐’는 항의를 쏟아내고 있다. 국민 가슴에 이런 피멍이 들게 해선 안보를 지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