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팀장의 북레터>‘時間’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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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은 모든 게 다 너무 빨라. 젊은이들은 시간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어. 사람들은 돈과 스피드를 최고로 여기고 그걸 얻기 위해 애쓰지. 문명화된 세상은 온갖 종류의 의사소통 수단을 원하고 있지.”

괴테가 1825년 친구에게 쓴 편지의 한 대목입니다. 산업혁명으로 인한 시대의 변화에 대한 토로일 텐데, 인류의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서머싯 몸 상 수상자인 논픽션 작가 사이먼 가필드의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다산초당)는 시간에 휘둘리며 정신없이 바쁜 우리들의 시간에 대한 책입니다. 저자는 인간의 역사는 시간에 대한 집착의 역사라고 합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게 시간에 집착하며 살아왔다고 합니다. 시간에 대한 얽매임이 오늘의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죠.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시간이 무엇인지 정의 내리는 데 열정을 쏟았고, 권력을 잡은 정치가들은 달력에 집착했고, 프랑스 혁명 이후 평등을 실천하기 위해 10진법으로 된 시계와 달력이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에 대한 인간의 오랜 집착에 가속도를 더한 것은 당연히 산업혁명입니다. 가필드는 ‘노동의 과학적 관리법’인 테일러 시스템을 만든 F W 테일러에 대해 “우리 시대의 특징인 시간과 질서, 생산성과 효율성에 집착하는 사고방식을 주입하는 인물”로 꼽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 누구보다 우리 스스로가 알고 있듯이 그 어느 때보다 시간에 얽매여 살고 있습니다. 문제는 바쁘게 움직일수록 더 바빠진다는 것입니다. 시간을 지키면 지킬수록 고통이 따르고, 여유를 갖고 싶은데 휴가라도 가기 위해선 더 바빠야 합니다.

게다가 시간을 아끼기 위해 시간을 허투루 써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도 빠집니다. 비행기에 일찍 올라서 보지만 결국 다른 사람들이 다 타기를 기다려야 하고, 착륙 후엔 남들보다 먼저 내리는 서비스를 받기 위해 비용을 지불합니다. 보노의 노래처럼 ‘우리는 멈춰 서기 위해 뛰어가는’(running to stand still) 신세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핵무기로 인한 종말 시나리오보다 시간에 치인 개인들의 종말 시나리오가 더 무서운 현실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시간은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가는 시간일 것입니다. 많은 사건이 터지고 이어지고, 잠깐 한눈팔고 있으면 전혀 다른 세상에 와 있습니까요. 자기만의 시간의 감속장치를 만드시길. 여기에 더해 요즈음 미투의 목소리로 ‘옳음’을 위해 시간을 거슬러가 여러 겹의 시간을 한꺼번에 살고 있습니다. 겹겹의 시간 속에 자리한 잘못들을 털어내고 보다 좋은 시간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그렇게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