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加-美-韓 빅뱅’…‘金빛 퍽’ 누가 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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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존심 건 ‘加-美-韓 삼국지’

세계1위 캐나다, 명예회복 별러
보우덴, 5회 연속 출전 베테랑

세계2위 미국, 3연패 달성 장담
캡틴인 캐시, 철벽 방어력 뽐내

세계3위 한국, 사상첫 결승 도전
정승환, ‘빙판 위의 메시’ 별명

오는 9일 개막하는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아이스하키에선 삼국지가 연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랭킹 1위 캐나다와 2위 미국은 자존심 싸움을 예고하고, 3위인 한국은 사상 첫 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캐나다는 아이스하키가 ‘국기’지만 평창동계올림픽에선 남자부가 3위, 여자부는 준우승에 머물렀기에 패럴림픽에서 체면을 되찾겠다는 각오. 미국은 캐나다에 이어 2위지만,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3연패를 이루겠다고 장담한다. 한국은 최근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사상 첫 메달 획득을 벼르고 있다.

캐나다는 공격수 브래드 보우덴(35)이 선봉장. 보우덴은 태어날 때부터 엉치뼈가 자라지 않는 천골 발육 부전증을 앓았고, 다리를 잘라냈다. 집 밖이 두려워 집에서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낸 보우덴은 부모의 권유로 13세에 아이스하키에 입문했다. 보우덴은 올해까지 5회 연속 동계패럴림픽에 출전하는 베테랑이며 2006 토리노동계패럴림픽 금메달, 2014 소치동계패럴림픽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4 아테네패럴림픽에선 휠체어농구 금메달을 차지한 만능 스포츠인. 보우덴은 저돌적인 돌파와 정확하고 날카로운 슈팅이 장기. 경험이 풍부하고 겸손한 인품마저 갖춘 리더다. 보우덴은 “아이스하키는 내게 빛이 된 소중한 존재”라며 “금메달을 획득해 캐나다 국민에게 안겨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미국은 골리 스티브 캐시(29)가 정신적인 지주다. 캐시는 3살이 되던 해 오른쪽 무릎뼈에 암이 발병, 다리를 잘라냈다. 운명을 받아들인 캐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휠체어 육상과 농구를 즐겼고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릿나워고교에 입학하면서 아이스하키와 인연을 맺었으며 17세에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캐시는 거미손에 비유될 만큼 빈틈없는 방어력을 뽐내며, 특히 2010 밴쿠버동계패럴림픽에선 33개 세이브를 챙기며 이 부문 1위에 올랐고 미국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주장인 캐시는 “절단 수술의 기억이 선명하진 않지만, 부모님이 언제나 나를 지켜주고 간호했다는 사실은 또렷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다”며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기 위해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평창동계패럴림픽 금메달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은 2006 토리노동계패럴림픽부터 참가했지만, 시상대에 오른 적은 없다. 하지만 이번엔 역대 최고의 전력을 구축, 캐나다와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공격수 정승환(32·강원도청)의 전력의 핵. 5살 때 집 앞 공사장에서 상수도 파이프에 깔려 오른쪽 무릎 아래를 절단한 정승환은 2006년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월드 클래스의 반열에 올랐다. 167㎝, 53㎏으로 왜소하지만 민첩하고 순간 스피드가 탁월하다는 게 장점. 팬들은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FC 바르셀로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를 연상시킨다는 뜻에서 정승환에게 ‘빙판 위의 메시’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정승환은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동메달을 획득하는 데 앞장섰다. 7개국이 참가해 캐나다가 우승했고 미국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캐나다에 0-2, 미국에 0-5로 패했다. 평창동계패럴림픽은 설욕의 기회. 캐나다, 미국의 아성이 견고하지만 한국 역시 조직력을 갈고 다듬으며 기량을 끌어올렸기에 이변 연출을 다짐하고 있다. 정승환은 “목표는 금메달”이라며 “팬들에게 인상 깊은 플레이를 선보여 장애인아이스하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겠다”고 강조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