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에 대한 이유있는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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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 / 김광현 지음 / 뜨인돌

“그날 나는 롱샹 성당을 물체와 공간으로서가 아니라 빛과 소리가 현상하는 공간으로서 체험하였다. 물체와 공간인 곳에서는 20세기 최대의 걸작인 곳에서 제대 위의 어둠을 보았고, 소음처럼 엉키며 감도는 어수선한 소리를 들었다… 이날 여러 신부와 함께 미사를 드리면서 나는 예전에 건축하는 사람들과 함께 갔을 때는 도저히 알 수 없었던 롱샹 성당의 결함을 생생히 체험하였다.”

저자가 책에서 밝혀 놓고 있는 프랑스 동부의 유명 건축물인 롱샹 성당 방문기다. 롱샹 성당은 ‘현대 건축학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의 대표작 중 하나다. 건축학도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 보고 싶어 하는 곳으로 세계문화유산에도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20세기 건축의 걸작으로 꼽히는 건축물이다.

책은 서울시립대와 서울대 강단에서 42년 가까이 건축을 가르친 저자가 지난 2월 서울대에서 퇴임한 후 내놓은 것이다. 저자는 한국 건축계의 ‘큰 스승’으로 통하는 만큼 건축에 대한 그의 지론은 건축학도들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저자의 르 코르뷔지에에 대한 비판은 의외다. 건축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저자는 건축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두 권의 ‘국민건축교과서’ 중 첫 번째 책이라고 이 책을 권하고 있다.

책 분량은 708쪽에 이를 만큼 방대하지만, 롱샹 성당에 대한 지적에 그의 건축학적 신념이 함축돼 있다. 그는 마을 사람들이 왜 이 세기의 걸작인 롱샹 성당에 오지 않고 아래의 이름 없는 또 다른, 롱샹 성당에 다니는 사실에 대해 주목한다. 그리고 자문한다. 롱샹 성당이 과연 사람들이 미사를 드리기에 적합한 본래의 목적에 맞게 지어진 것인지.

“살기에 좋고 일하기에 좋으며 배우기에 좋은 장소를 ‘방’이라고 한다면, 성당이라는 곳은 ‘말과 소리와 빛과 몸으로 미사를 드리기에 좋은 장소’여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이 유명하기 이를 데 없는 롱샹 성당이 결코 그런 장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 마을 사람들은 진작부터 알고 있던 그 자명한 사실을 건축하는 사람들은 왜 모르고 있는 것일까.”

저자는 인문학의 탈을 쓴, ‘작가주의’가 만연하는 한국 건축계에 종종 날카로운 비판을 던져왔다. 이는 “건축은 본래 단순하고 소박한 것이다. 애초에 인간은 어려운 생각이나 별난 사유를 담기 위해 집을 만들지 않았다”는 평소의 지론과도 일맥상통한다. 건축은 미학적 감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거주자들의 기쁨과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그럴듯한 인문학적 ‘레토릭’이 아니라) 언제나 ‘사람’이다. 사람의 몸이 기거하고 일상이 펼쳐지는 공간으로, 혹은 공동체의 삶과 희망이 구현되는 공간으로 건축물을 바라볼 때만 좋은 건축과 그렇지 못한 건축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708쪽, 3만5000원.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