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5월 정상회담>김정은의 ‘파격 승부수’… 核 내세워 美의 ‘통 큰 조치’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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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위협 해소·체제안전 보장
고립 뚫고 美와 관계개선 의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까지 제안하는 등 대외관계에서 연이어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이러한 파격 행보에는 김 위원장이 올해 1월 1일 신년사 이후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등을 통해 보여온 대화 공세의 최종 목표가 ‘미·북 관계 개선’에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김 위원장의 행보 배경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에 돈줄이 끊기고 외교적으로 고립된 상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미국과의 담판에서 지렛대로 쓸 수 있는 상당한 수준의 핵·미사일 능력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9일 “핵무력 완성으로 확실한 카드를 지녔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대미 협상을 대등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북한은 이런 토대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자신들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언급한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안전 보장’에 대한 미국 측의 통 큰 조치를 얻어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의 종국적 목표는 ‘북·미 관계 정상화’를 노리고 한·미 연합군사훈련이나 주한미군 문제 등 한·미 동맹의 조정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오는 9월 9일 정권수립 70주년을 맞아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만들어질 대외적 성과를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선전해 체제 결속에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격적으로 정상회담 제의를 한 배경에는 최고지도자 간의 정치적 의지 교환을 통해 ‘하향식’ 방식으로 미국과의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더 유용하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1994년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 2005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 2012년 북·미 2·29 합의 등 그동안 미국과 한 합의들이 모두 실무선에서 논의하고 최고지도부의 재가를 받는 ‘상향식’ 방식으로 이뤄졌다가 깨어진 경험을 고려했을 수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