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이젠 ‘국민남동생’ 어색… 억지로 변화 주려 애쓰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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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역 마친뒤 드라마·영화 종횡무진 이승기

“‘화유기’방송사고 안타까워
제작 환경 개선 이루어지길”

연예계에는 각 시대를 대표하는 ‘국민 남동생’이 있었다. ‘내 여자라니까’라는 노래를 부르며 대한민국 누나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며 2004년 등장했던 배우 겸 가수 이승기(사진)도 그 중 한 명이다.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구가하던 KBS 2TV ‘1박2일’에서 방송인 강호동이 “승기야~~~”라며 살갑게 부르던 막내 이승기는 지난해 10월 병역 의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어느덧 30대다. 더 이상 그는 ‘국민 남동생’이라 불리지 않는다. 자칫 긴 꼬리표가 될 수 있었던 그 수식어를 잘 털어냈다는 의미다.

“그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떨어진 건 고무적이에요. 어떤 노력을 딱히 한 건 아니에요. 군대 다녀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없어진 것 같아요. 아무래도 군대에서 특수전 사령부에 배치돼 특전사 훈련을 받은 이미지가 뱄기 때문에 이제는 ‘국민 남동생’이라고 하면 오히려 어색해 보이지 않을까요?”(웃음)

불과 5개월 사이 그는 tvN 드라마 ‘화유기’, 영화 ‘궁합’, SBS 예능 ‘집사부일체’ 등 모든 영역을 섭렵했다. 그가 군대 가기 전에 촬영했던 ‘궁합’은 이승기의 전역 이슈와 맞물려 화제를 모으며 개봉 1주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동원했다.

“드라마로 복귀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영화 개봉 시기가 겹치며 바빠졌어요. 예능 출연은 전역 전부터 계속 제안이 있었죠. ‘(여러 활동을) 같이 해보자’는 생각은 했었지만 이렇게 모든 분야의 활동 시기가 당겨질지는 몰랐어요.”

급히 먹은 밥이 탈난다 했던가. ‘화유기’는 방송 사고 및 촬영 스태프 사고 등이 겹치며 구설에 올랐다. 배우들의 잘못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승기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터라 뼈아픈 오점일 수밖에 없다.

“일어나면 안 되는 사고들이 발생했어요. 배우들의 불화가 아니라 드라마 제작의 시스템적인 문제였지만, 주연배우로서 많이 죄송하고 안타까워요. ‘화유기’가 발단이 됐지만 1회성 문제로 가라앉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공론화시켜서 드라마 제작 환경을 개선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어요.”

남동생 같은 이미지는 버렸지만 아직 그에게는 남은 숙제가 있다. 여전히 바름, 건강, 정의 등이 그의 대명사이기 때문이다. 배우로서 분명한 자기만의 색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색에 대한 갈증은 남는다. 하지만 이승기는 서두르지 않는다. 억지로 변화를 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전환을 꿈꾼다.

“좋은 작품이라면 주·조연 상관없이 참여하고 싶어요. 송강호 선배님 같은 분이라면 짧은 촬영이라도 좋으니 함께하며 어깨 너머로 배우고 싶어요. 나홍진, 김지운 감독님처럼 선 굵은 작품을 하시는 분들과도 부딪히길 원해요. 하지만 변화를 위한 변화를 주지는 않으려고요. 의욕만 앞선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아는 만큼 제가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잘 조율해 보려고 합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