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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16일(金)
‘아베 숨통’ 죄는 日정부 사학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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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사학법인에 국유지 헐값 매각, 재무성은 관련문서 조작
야권·국민들 “내각 총사퇴” 반발… 아베, 취임이래 최대 위기

감정가 96억원 오사카 국유지
수의계약 통해 13억원에 팔아
매입 비용조차 국비로 지원해

아베 친구 이사장인 학원에도
수의학부 신설 특혜 의혹까지

아사히 “문서조작” 보도 이후
재무성 시인… 담당직원 자살
9월 총재 선거 악영향 불보듯
아베 3연임 도전 타격 불가피


지난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위기에 빠트렸던 사학 스캔들이 이달 초 일본 재무성 문서 조작 사건으로 연결되면서 아베 내각이 최악의 상황에 내몰렸다. 재무성이 12일 문서 조작 사실을 인정하자 야권에선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성 장관뿐 아니라 아베 총리를 포함한 내각 전체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고 시민들은 격렬히 시위에 나서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아베 총리가 퇴진할지는 현재로선 가늠하기 힘들지만 오는 9월 치러지는 자유민주당 총재 선거 승리를 통한 총리 3연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정치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북핵 위기를 활용해 위기를 극복하곤 했는데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등 북한을 둘러싼 한반도 정세에 변화가 오면서 오히려 정치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태다. 모리토모(森友)학원 비리 의혹 사건, 가케(加計)학원 사건, 재무성 문서 조작 사건 등 일련의 사건들을 최근 사건순으로 짚어보도록 하자.

1 재무성 문서 조작 사건

아사히(朝日)신문이 지난 2일 재무성이 모리토모학원과의 계약 과정에서 작성한 문서를 수정한 뒤 국회에 제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사학스캔들은 다시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재무성은 지난해 모리토모학원 비리 의혹 사건이 커지자 의원들의 요청을 받고 매각 과정을 담은 내부 결재 문서를 건넸는데 아사히신문은 이날 자체 분석 결과 원래 문서에서 ‘특례’라는 문구가 여러 곳에서 삭제됐다고 보도한 것. 재무성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우리가 갖고 있는 결재문서는 의원에게 공개한 문서뿐”이라고 해명했다. “아베 정권이든 아사히신문이든 어느 한쪽은 쓰러지는 궁극(窮極)의 싸움이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재무성이 해체돼야 하고 허위라면 아사히가 위기다”는 재무성 전신인 대장성 관료 출신의 이 발언은 아사히신문 보도의 파장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아사히신문의 보도 이후 일본 언론들의 후속 기사가 쏟아지고 야권이 총공세에 나서면서 아베 내각은 점점 궁지에 몰리게 됐다.

2 모리토모학원 비리 의혹

일본 오사카(大阪)시에서 쓰카모토(塚本)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사학법인 모리토모학원은 초등학교 설립을 추진하면서 지난해 6월 오사카부 도요나카(豊中)시에 있는 국유지 8770㎡를 수의계약을 통해 1억3400만 엔(약 13억4700만 원)에 사들였다.

이는 감정가 9억5600만 엔(약 96억1200만 원)의 14%에 불과한 액수다. 땅의 가격이 낮아진 이유로 재무성은 부지의 땅속에 콘크리트, 폐자재 등 쓰레기가 대량으로 묻혀 있어 이를 제거하려면 거액(8억1900만 엔)의 비용이 든다는 이유를 들었다.

도요나카시는 지난 2010년 이 부지의 동쪽에 있는 땅 9492㎡를 10배나 비싼 14억2380만 엔에 사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설사 쓰레기 제거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말도 안 되는 헐값에 국유지가 매각됐으며 이는 특혜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3 모리토모 의혹의 배경

모리토모학원의 국유지 매입에서 논란이 불거진 것은 모리토모학원과 아베 총리 사이의 친분 때문이다.

모리토모학원의 당시 이사장 가고이케 야스노리(籠池泰典)는 아베 총리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거대 우익 단체 일본회의의 임원으로 아베 총리와 친분을 갖고 있으며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昭惠) 여사와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도 알려졌다.

모리토모학원은 오는 4월 개교 예정이었던 초등학교의 명예교장으로 아키에 여사를 위촉했다. 매입 과정에서 더욱 문제가 된 것은 모리토모학원이 적은 매입 비용조차 국비로 지원받았다는 점이다. 실제 비용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10억 엔에 가까운 국가 소유 자산을 취득한 것이다. 모리토모학원은 오사카 극우 성향의 사학법인으로 “일본인의 애국심과 자부심을 가르치는 초등학교를 세우겠다”며 초등학교 설립을 추진했다.

4 비리 의혹 어떻게 알려졌나

모리토모학원 비리 의혹 사건은 아베 총리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아사히신문 보도로 지난해 2월 최초 공개됐다. 아사히신문은 국유지 헐값 매각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가고이케 모리토모학원 이사장이 아키에 여사와의 친분을 주위에 과시, “아베 신조 기념 초등학교를 세우겠다”고 말하고 다녔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후 일본 공산당 기관지 신문 아카하타(赤旗) 등에서 후속 보도를 쏟아냈고 “모리토모학원이 헐값 매각 논란이 일고 있는 부지에 개교할 예정인 초등학교가 관련 규정과 달리 학교 부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 설립 허가가 나왔다” “이 과정에서 일본 재무성의 편의 제공이 있었다”는 등의 내용이 공개됐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야당 등은 매각 과정에 정권 차원의 특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고 추궁하고 나섰고 이에 아베 총리는 “토지 매각 과정에 나와 아내는 전혀 관련되지 않았다”며 “나와 아내가 관계가 있다면 총리도, 국회의원도 모두 그만두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  12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 앞에서 내각 총사퇴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항의 집회가 열렸다. 교도연합뉴스

5 아베 내각의 대응

재무성은 6일까지 관련 자료를 국회에 보고하겠다고 했지만 6일 당일에는 관련 자료가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에 보관돼 있기 때문에 당장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국회는 크게 반발했다.

국회 성화에 못 이겨 결국 아소 부총리는 8일 관련 자료를 의회에 제출했지만 이는 전에 국회에 제출한 자료와 같은 것이어서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9일 재무성 긴키(近畿) 지역 내 국유재산 관리 담당 직원이 효고(兵庫)현 내에서 사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날 모리토모학원 국유지 매각 당시 재무성 국장으로 재직했다가 국세청 장관으로 영전한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壽) 국세청 장관은 야권의 사퇴 압박을 받다가 사퇴했다. 결국 재무성은 10일 사학스캔들 관련 문서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인정했다. 12일 국회에 제출한 문서에서 재무성은 2016년 모리토모학원과 국유지 매각 계약을 체결할 당시 결재 문서 14건에 대해 조작을 인정했다. 이들 문서에는 협상 경위와 계약 내용 등이 적혀 있는데 당초에는 ‘본건(本件)의 특수성’ ‘특례적인 내용’이라는 문구와 복수의 정치인과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의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지난해 국회에 제출될 때에는 삭제됐다. 아베 총리도 대국민 사과를 했다. 결국 아사히신문이 아베 내각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셈이다.

6 정치권·시민 움직임

위기감을 느낀 자민당에선 최소한 아소 부총리라도 사임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여론을 등에 업은 야권은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며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한 간부는 “만일 아소 부총리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더라도 그 정도로는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며 “아베 내각이 총퇴진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은 국회 예산안 심의도 거부하며 국정조사권 발동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자민당이 단독으로 예산안 처리를 강행할 수도 있으나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이어 야권은 12일 아베 총리의 부인 아베 아키에 여사를 청문회 증인으로 세우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날 밤 총리 관저 앞에서는 시민들의 항의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시민단체가 주도한 시위에 수천 명의 시민이 모여 철저한 진상 조사와 아베 내각 총사퇴를 촉구했다.

7 가케학원 사건이란

가케학원 사건이란 아베 총리의 40년 지기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학원이 수의학부 신설 허가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또 다른 사학스캔들이다. 일본은 수의사가 부족하지 않아 1984년부터 수의대 신설·정원 확대가 허가되지 않았다. 이마바리(今治)시에 있는 가케학원의 오카야마(岡山)대 역시 지난 10년간 15차례에 걸쳐 문부과학성에 수의대 신설을 요청했으나 거부돼왔다.

그런데 갑자기 아베 정권이 이마바리시를 국가전략특구로 지정해 규제를 완화하고 2016년 수의대 신설을 허용했다. 또 36억 엔 상당의 시유지 무상 공여와 96억 엔 상당의 보조금 지급을 결정했다. 지난해 초 일본 언론에 의해 특혜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가케학원 이사장과 아베 총리는 1970년대 미국 유학 시절 만난 친구 사이이며 아키에 여사가 가케학원 계열의 유치원 명예원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케학원 사건은 ‘제2의 모리토모 사건’으로 불렸다. 더욱이 수의대 신설을 꺼리는 문부과학성에 내각부가 ‘총리관저의 뜻’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문서를 보냈다는 보도까지 이어졌다.

8 북핵위기로 한숨 돌려

잇따른 사학스캔들로 위기에 빠진 아베 총리를 구해준 것은 바로 북핵 위기였다. NHK 방송에 따르면 2017년 6월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48%였지만 가케학원 사건이 결정타가 되면서 지지율이 35%까지 뚝 떨어졌다. 아베 정권의 가장 큰 위기가 불어닥친 듯했으나 지난해 8월 30일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진행하고 9월 초 6차 핵실험까지 강행하자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44%로 급반등했다. 이렇듯 아베 총리는 북한의 도발에 힘입어 그해 10월 중의원 총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안 그래도 납북자 문제로 스타 정치인으로 떠올랐던 아베 총리가 총리에 오른 뒤에도 북풍을 기반으로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사학 스캔들로 국회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 있는 아베 아키에 여사.
9 잦아들지 않는 국민 분노

아베 총리가 속한 자유민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지난해 10월 중의원 총선거에서 개헌발의석을 초과하는 313석을 차지해 사실상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실제 여론은 아베 행정부에 대해 그다지 좋지 않았다. 니혼TV계열 NNN의 지난해 10월 30일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41.7%에 불과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4.2%였다.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이는 야권 분열에 따른 반사 이익 탓으로 풀이됐다. 더욱이 같은 해 12월 중순 NNN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37.8%(부정 45.3%)로 30%대로 추락했다. 또 모리토모학교 비리 사건에 대해 정부가 더 이상 조사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80.7%가 ‘납득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아베 총리의 장기집권에 대한 피로감도 있지만 잇단 사학 스캔들에 대해 명쾌하게 해명하지 않고 넘어간 것이 아베 총리의 발목을 계속 잡고 있는 것이다.

10 이시바 시게루 급부상

재무성 문서 조작 사건 이후 아베 총리의 국정 장악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자민당 안에서도 지지율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3연임 도전에 빨간 불이 켜졌다. 재무성의 문서 조작 인정이 아베 총리 퇴진까지 이어질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하지만 적어도 오는 9월 열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는 심각한 피해를 줄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이 집권당이기 때문에 이 선거는 차기 총리를 뽑는 선거와 다름없다. 아베 총리는 자민당 총재 3연임을 달성해 장기 집권을 실현한 뒤 헌법을 개정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신시키려는 야심을 갖고 있었다. 아베 총리가 휘청거리자 당내 ‘반(反)아베’ 기수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전 간사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2012년 총재 선거 때 아베 총리와 맞붙어 당원 대상 1차 투표에선 1위를 했으나 의원 대상 2차 투표에서 석패한 바 있다.

유회경·김다영·박세희 기자 yoology@
e-mail 유회경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유회경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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