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영업익에도 임금 인상 자제… 회사 넘어가도 삭감 거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5일 서울 종로구 SK빌딩에서 김준 (왼쪽) SK이노베이션 사장, 이정묵(가운데)노조위원장,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이 ‘2018년 임금교섭 조인식’이 끝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회사 운명 가르는 노조의 상반된 행보

- ‘3조 영업익’ SK이노베이션
물가상승률 만큼 임금인상 합의
소모적인 갈등 줄이고 상생

- ‘경영난’ 대우조선·금호타이어
“기본급 인상” “밀린 임금 달라”
타협 거부하고 목소리만 높여

2년 연속 사상 최대인 3조 원대 영업 이익을 올린 SK이노베이션 노사는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물가상승률(1.9%)만큼의 임금인상안에 합의했다. 반면 최근 3년 동안 두 차례에 걸쳐 7조 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6년 만에 흑자 전환을 이유로 기본급 4.1% 인상을 회사측에 제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영난으로 해외매각을 추진 중인 금호타이어는 임금 및 복지제도 등을 경영정상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하는 채권단의 제안을 노조가 거부하고 있다.

이른바 ‘잘 나가는’ 회사들이 고통을 분담하며 상생을 이뤄 낸 것과 달리 경영난으로 벼랑 끝에 몰린 회사 노조의 투쟁 일변도 모습이 극명히 대비되고 있다. 춘투(春鬪)를 앞두고 노동계가 높은 임금상승 요구안을 제시한 상황에서 노조의 행보가 회사의 운명을 가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노사가 올해 임금 인상률을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한 1.9%로 합의한 것은 지난해부터 ‘임금 인상률=물가 상승률’이라는 공식을 노사가 끌어내면서부터다. 소모적 갈등이 줄다 보니 노사가 임금 협상을 시작하고 결정될 때까지 채 3주가 안 걸렸다. 김준 총괄사장은 “노사가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착한 노사 문화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묵 노조위원장은 “갈등과 투쟁 일변도의 노사 문화가 이제는 사회와의 상생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데 조합원 모두가 뜻을 함께해 준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투쟁 일변도 노조는 타협을 거부하고 목소리를 더욱 높이는 상황이다. 구조조정에 들어간 성동조선과 STX조선 노조원 1600여 명은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형조선소 구조조정 저지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열었다. 정부는 오는 4월 9일까지 STX조선해양에 노사합의서를 포함한 자구안을 추가 제출하도록 했지만 STX노조측은 확약서 제출을 거부했다. STX노조는 법정관리가 확정된 성동조선과 함께 오는 4월 4일 대규모 상경투쟁을 예고했다. 임금 삭감 등 을 거부하고 있는 금호타이어노조는 오히려 밀린 임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생산직 평균임금은 2014년 16.3%, 2015년 4%, 2016년 18.9%로 올랐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독일의 경우 회복협약제도를 통해 티센크루프, 폭스바겐 등의 노조가 임금삭감과 근무시간 단축 등에 자발적으로 나섰기 때문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는데 지금 한국 상황은 그 반대”라며 “노사 간 갈등 상황이 계속되면 정말 청산 말고는 답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상당한 양보가 동반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지엠 등에 공적자금 투입을 기대하긴 어렵다”라며 “추가적 구제가 필요한 상황에서 근로자와 사측이 서로 양보하지 않는다면, 상황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승배 ·박준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