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측 “영장발부 → 구속기소 짜놓은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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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영장심사 불출석 배경

‘부당성 호소 실효성 없다’ 판단
‘정치보복 프레임’극대화 전략
강훈 변호사가 심사 대리 출석
발부 여부 23일 새벽 예상

이명박(사진) 전 대통령이 20일 측근을 통해 밝힌 구속영장 심사(22일) 불출석 전략은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강조하며 ‘정치 보복’ 프레임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 흐름을 볼 때 검찰 수사에 이어 법원에 출석해 영장 발부의 부당성을 호소한다고 해도 별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전직 대통령 망신 주기’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한 반발 심리도 담겨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에서는 ‘검찰 수사→ 영장 청구→ 법원의 영장 발부→ 검찰 구속 기소’가 ‘예정된 수순’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 전 대통령이나 측근들 입에서 ‘정치보복’이라는 단어가 직접 나오지는 않고 있지만, 마음속도 같지는 않다. 이 전 대통령의 한 변호인은 “검찰의 영장 청구부터 법원의 영장 발부까지 짜놓은 순서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이 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말했다. 또 영장 발부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이 또 한 번 법원에 출석해 곤란한 상황을 겪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측근들의 의견도 반영된 결과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영장심사에 출석하기로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물론 변호인까지 영장심사에 불출석할 경우, 영장전담판사가 “제기된 범죄 혐의를 인정한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점을 우려한 결과다. 또 향후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기소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식 심리를 담당할 재판부에 ‘영장심사부터 재판을 원천적으로 거부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이날 결정은 이 전 대통령의 측근과 변호인들의 오전 대책회의 끝에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의 논현동 자택에는 이날 친이계 핵심 인사들이 속속 집결했다. 이재오 전 의원,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이 차례로 와 전략 마련을 위한 회의를 거듭했다. 이 전 대통령의 서울 대치동 사무실에도 정동기 변호사, 장다사로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이 모여 법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는 오는 2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박범석(45·사법연수원 26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담당한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는 22일 밤늦게 또는 23일 새벽에 결정 날 전망이다.

박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윤리감사제1담당관,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거쳐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에서 형사 단독재판부를 담당했다. 그는 지난 2월 구청 돈을 빼돌린 혐의 등을 받는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재판장 시절엔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 대한 검찰 수사에 불만을 품고 검찰청사에 오물을 뿌린 환경운동가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전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최종 결정한 문무일 검찰총장은 일찌감치 그에 대한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문 총장은 19일 오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다소 신중한 태도를 취해 온 박상기 법무부 장관을 직접 만나 “영장 청구 시기를 더 늦추면 안 된다”고 설득했다.

손기은·김리안·윤명진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