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해외에 답이 있다-下>M&A·협업으로 길 열고 ‘한국型 특화 서비스’로 터 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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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소 개설·지점전환 벗어나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 세워야

동남아 집중 진출… 출혈경쟁
해외 진출 대상지역 확대 필요

인허가 규제 등 현지의 높은 벽
韓정부 ‘新남방정책’으로 숨통

국내 은행이 해외 진출에 나선 지 반백 년이 지났지만, 글로벌 성과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금융사의 진출 방식 다변화와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등을 통해 신규 먹거리 창출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로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은 51년을 맞았다. 첫 해외 점포는 지난 1967년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이 일본 도쿄(東京)에 세웠다. 51년이 흐른 지금 국내 금융회사들은 전 세계 41개국(2017년 상반기 기준)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하지만 해외수익 비중은 여전히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은행들이 해외 점포에서 거둔 순이익은 4억6120만 달러(약 5265억 원)로, 같은 기간 총순이익(8조1000억 원)의 6.5%에 불과했다.

반면, 글로벌 금융회사인 씨티그룹의 해외수익 비중은 50%를 넘는다. 금융 역사가 오래된 선진국의 금융회사와 비교하는 게 무리일 수도 있지만 ‘글로벌 금융’을 외친 지 반백 년이 됐는데도 달라진 게 없다면 문제란 지적이다.

국내 은행들이 글로벌 진출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국의 규제 장애물 극복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일부 국가의 경우 금융당국이 인허가를 제때 승인하지 않는 등 규제 벽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국가에선 지점 인가에만 수년이 걸리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현지 금융당국과의 관계도 중요한 변수라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근 정부가 범부처 차원에서 ‘신(新) 남방정책’을 추진,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국내 금융사가 집중하고 있는 동남아에서의 금융당국 인허가 규제 벽도 상당 부분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달 초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데 이어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베트남을 방문, 현지 금융당국과 협력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시행착오가 많고 현지화가 쉽지 않은 사무소 개설, 지점 전환 등의 방식에서 탈피해 공격적인 진출 방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과거 우리나라의 해외진출 방식은 사무소 설치에서 지점 전환, 법인 설립 등 단계적 접근 방식을 택하면서 현지화와 수익창출이 늦었다”면서 “인수·합병(M&A) 및 현지 사업 파트너와의 적극적인 협업 등을 통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동남아 일변도의 해외진출은 개선사항으로 꼽힌다. △높은 성장 가능성 △금융 수요 증가 △한국기업 진출 지속 △한국보다 높은 은행들의 기대수익률 등으로 국내 금융사들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으로 몰리면서 자칫 국내 금융사끼리 출혈경쟁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 경기가 휘청거리면 국내 금융사가 동반 부실 위험에 처한다는 점도 쏠림을 우려하는 이유 중 하나다.

금융사별 특화서비스 발굴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강명구 산업은행 경제연구소 선임위원은 “동남아 지역은 일본, 중국 등 외국계 은행의 진출도 증가하고 있어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면서 “한국계 은행들은 핀테크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금융과 한국에서 강점을 가진 분야를 특화해 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