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지역정치 강화가 지방분권의 大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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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6·13 전국 동시 지방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출마자들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선거는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기초다. 따라서 후보 추천과 선거운동에서 공정해야 하고, 선거비용 제한도 공평해야 하며, 선거범죄와 그에 대한 벌칙 및 소송도 엄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등은 지속적으로 개정돼 왔다.

이번 지방선거는 현 정부의 중간평가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게다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해결하려는 헌법 개정과 맞물려 있다. 정부 형태에 관한 헌법 개정 논의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도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에 관한 헌법 개정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조례’를 ‘지방법률’로 격상해 본격적인 지방자치 제도를 도입해야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가의 균형발전을 확실히 하기 위해 국가균형특별발전법을 개정, 현재의 ‘지역발전위원회’를 노무현 정부 당시의 명칭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 바꾸면서 정책의결권과 10조 원 규모의 국가균형발전 예산평가권을 부여하려 한다. 20년 이상 꾸준히 진행 중인 일본의 경우 지방분권운동 결과, 국가보다 지자체 우선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국가의 기관위임 사무를 폐지해 자치사무와 법정 수탁사무를 변경해 광역과 기초의 사무 배분을 기초자치단체 우선 원칙으로 바꾸면서 재정 구조도 변하고 있다. 주민의 생활을 기초자치단체에서 우선적으로 대응하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국가와 기초자치단체의 협치(協治)를 강조하고 있다.

그렇게 지방분권이 강화된 지방자치라면 이에 걸맞은 지자체의 장(長)과 지방의회 의원 등을 선출해야 한다. 중앙에서 지방을 통제하는 방식보다는 지역에서 사는 당원이 중심이 되는 정당 제도가 갖춰져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후보를 키우고 그러한 후보들이 민주적인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자로 선출되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후보가 공정하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

지금 여당은 지방선거 이후의 국정 운영을 고려해 국회의원의 지방자치단체장 출마를 말리고 있다. 제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앞두고 국회 제1당을 유지하기 위해 국회의원의 도지사 출마를 말리고, 대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사표를 내고 전남지사 후보 출마를 선언했다. 이는, 국회의원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겸직을 금지하는 헌법학회 헌법개정연구위원회의 개헌 의견과 대비된다.

아직 후보자가 많이 나서지 않은 야당은 중앙당 차원에서 분위기를 반전하고 지지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후보자를 물색해 출마시키는 이른바 ‘전략 공천’을 하려고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외치고 본격적인 지방자치를 실시한 지 수십 년이지만, 지방선거에서 아직 상향식 공천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선거 공영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정당 추천 후보와 무소속 후보 사이에 선거비용에 관한 현실적인 제약도 아직 남아 있다.

그 외에도 지방선거 과정에서,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는 기간이 다른 점과 공직선거법에 당내 경선 최종 기일에 관한 규정이 없는 점 등은 앞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이다. 지방자치의 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후보를 배출하는 정당이 활성화되고 수준 높은 선거운동을 거쳐 최고의 인물이 당선되는 선거 제도와 문화를 만들려는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