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ICT에 ‘중립성 강요’는 장사 접으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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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부쩍 ‘중립성’이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플랫폼 중립성, 망 중립성 등이 대표적이다. 사용처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여기서 중립성은 대체로 추가 이용료를 통해 이용자를 차등해서는 안 된다는 개념을 말한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중립성은 ‘낮은 수익성’ 혹은 ‘수익성 없음’과 같은 말이다. 중립성을 추구하는 사(私)기업은 없다. 이익이 없으면 사업을 벌이지 않는 게 기업의 본령이다. 특히 ICT 업계에서 중립성은 혁신적 사업 출현의 발목을 잡을 위험성조차 내포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카카오택시 유료화 논란은 플랫폼 중립성과 관련이 있다. 유료화의 골자가 플랫폼 이용료를 내는 사용자에게 우선 서비스(차등)를 제공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용자 관점에서 지금까지 카카오택시는 무료였으니 앞으로도 무료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카카오택시는 150명이 넘는 관련 직원 고용 비용을 대면서도 출시 2년이 지나도록 마땅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장 사업을 접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의미다. 카카오택시가 시장에서 사실상 유일한 사업자로 자리 잡은 이유도 따지고 보면 역설적으로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 SK텔레콤이 비슷한 서비스인 티맵 택시를 내놓으며 맞불을 놓기도 했지만, 수익성 문제로 카카오보다도 사업에 소극적이다. 혹여 카카오마저 사업을 접는다면 야간에 콜택시 회사로 전화해야 하는 시대로 역행할 수도 있다.

망 중립성 논란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최고 품질 네트워크가 필수적인 자율주행차, 원격의료 등에 더 많은 망 사용료를 부과해 우선 서비스(차등)를 제공하는 것은 5G 시대 이동통신사의 기업 간 거래(B2B) 핵심 수익 모델이다. 더욱이 해당 서비스의 이용자 안전 문제를 고려해도 차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물론 데이터 유형 등에 따라 망 차별을 금지한 현재의 망 중립성 개념으로는 이 같은 차등 서비스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5G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기도 전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5G 시대를 앞두고 미국 등을 중심으로 망 중립성 개념이 완화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임정환 경제산업부 기자 yom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