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은·시진핑 ‘혈맹 복원’, 北核폐기 더 꼬이게 됐다

북한과 중국은 28일 오전에야 이틀 전에 있었던 ‘김정은·시진핑 회담’을 공식 발표했다. 양측의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북·중 관계가 적어도 지난해 9월 북한 6차 핵실험 이전으로 돌아가고, 유엔 제재를 받고 있는 ‘핵개발’에 사실상 면죄부까지 준 셈이다. 북한 측은 기존의 ‘혈맹(血盟) 관계’ 복원까지 강조했다. 중국 측은 한국과 미국 등 관련국들에 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등 적극 행보에 나섰다.

그러나 이런 현란한 외양에도 불구하고 회담의 구체적 내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한반도 안보 위기의 근원인 북핵(北核)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속단할 수 없지만, 북핵 폐기를 더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 개연성이 훨씬 크다. 두 사람의 회동은 4월 남·북 및 5월 미·북 정상회담이 예정된 상황에서 급조된 ‘새치기 회담’이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초강경 입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유사시의‘보험’을 들고 싶어 했고,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한·미와 직거래에 나선 데 따른 ‘영향력 약화’를 우려했던 것이다.

이러한 양측 입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야기된 불편한 관계에서 탈피하는 것으로 접점을 찾았다. 김정은은 “조·중 친선은 대를 이어 목숨처럼 귀중히 여기고 이어나가야 할 숭고한 의미”라고 했다. 이른바 김일성·김정일 시대의 혈맹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시 주석 역시 김정은의 방북 요청을 수락하고, 양국 고위급 왕래를 통한 전략적 소통 강화 등으로 화답했다. 양측 발표 어디를 보더라도 북핵 폐기에 대한 의지 표명은 없다. 오히려 김정은은 “한·미가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 조치를 취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이 주장해온 쌍궤병행(雙軌竝行)도 아니고 한·미 양보의 선행을 요구한 셈이다.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으로 마지못해 대화에 나선 김정은에게 중국이 다시 우회로를 만들어 주었다. 러시아 역시 북한과의 경협 확대에 나섰다. 그러지 않아도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북핵 폐기 문제가 더 꼬이고 있다. 미국은 이런 말 잔치에 속지 않을 것이다. 선(先)핵폐기를 1차 목표로 하고 있다. 비핵화와 평화협정은 등치(等値)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제부터 문재인 정부가 더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