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투명성 높이고 미래성장 투자 집중… 현대車의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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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주회사 전환 대신 ‘자발적 지배구조 개편’ 착수 배경

순환출자 고리 완전히 끊고
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단순화

완성차사업 본연 경쟁력 유지
1兆 양도세, 사회적 책임도

현대자동차그룹이 분할합병을 통해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만들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가운데 당초 예상됐던 지주회사 전환 대신 완성차 경쟁력 유지, 적법 재편비용 부담 등이 가능한 지배회사 체제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8일 현대모비스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남은 투자 및 핵심부품 사업 부문을 그룹 최상위 지배회사로 만드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대주주는 현재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등을 매각한 자금으로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이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을 인수한다. 개편안이 완성되면 기존 순환출자 고리가 끊어지고 현대차그룹은 대주주, 현대모비스, 완성차, 개별사업군 등으로 지배구조가 단순화된다.

지배구조 개편 시점은 7월 말 이후가 될 전망이다.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안이 5월 29일 개최되는 각사 주주총회를 거쳐 확정되고 현대모비스 주식이 변경상장되고 합병 현대글로비스 신주가 추가 거래되는 절차를 밟게 된다. 두 회사 분할합병 비율은 0.61대 1로 결정됐다.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는 이후 다시 이사회를 열어 각각 16.9%, 5.7%, 0.7%씩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대주주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정 회장 등은 4조5000억 원 가량으로 추산되는 지분 인수 자금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은 당초 유력했던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사를 인적분할한 뒤 투자 부문을 합병해 지주회사로 만드는 방안 대신 현대모비스를 최상위 지배회사로 두는 출자구조 재편안을 선택했다.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을 접은 이유로는 먼저 현대차, 기아차의 완성차사업 본연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점이 손꼽힌다. 현대차, 기아차를 투자, 사업부문으로 분할할 경우 유망업체 인수 등 두 회사의 미래사업 확장 가능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최근 자동차산업이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에 직면한 상황에서 미래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대규모 인수·합병(M&A)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면 자회사 등이 공동투자해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불가능한 데 인수기업 규모가 클 경우 한 개 회사가 부담을 모두 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지주회사 전환 시 대주주 현물출자에 대한 양도세를 주식 처분 시기까지 무기한 미뤄주는 조세특례제한법이 있지만 불필요한 소모성 논란을 피하고 정 회장 등 대주주가 지분거래에 따른 세금 등 적법 재편비용을 부담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점도 지배회사 체제를 선택한 이유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대주주 및 계열사 간 주식거래가 완료될 시점까지 정 회장 등이 내야 할 양도소득세만 약 1조 원 이상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