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육상·수영 다양한 대회열어 1人1技 발굴… “아이들은 피지 않은 꽃”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종용 교장이 대전화정초교 도서관에서 3·4학년 학생들과 책에 대해 토론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대전화정초교 제공

박종용 대전화정초교 교장

‘상장 색깔’까지 신경쓰는 배려
대회에 대한 학생들 흥미 유발

미국인 ‘성조기 사랑’에 감동
학생들에 태극기 선물로 주며
순수한 ‘나라 사랑 마음’ 길러

“교사 생활 하면서 남들이 다 경험한다는 ‘월요병’을 한 번도 앓아본 적이 없어요. 주말에도 내 손길이 필요한 일이 없는지 학교에 자주 나올 정도니까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제자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교사라는 직업을 갖게 된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종용(56) 대전화정초교 교장은 지난 1982년 교직에 입문한 37년 차 교사다. 학창 시절 법조인, 기자 등 다양한 직업군에 관심을 가졌으나 장남으로서 가난한 집안 형편을 외면할 수 없어 교사가 됐다. 박 교장은 “남다른 신념을 지녀 교직 생활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교사가 아닌 나를 상상할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박 교장의 권유로 남동생과 여동생도 교사의 길을 걷고 있다. 박 교장의 아내 또한 교사다.

그는 교사를 ‘천직’으로 생각한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려고 노력한다. 박 교장은 “개인적으로 해외여행을 가서도 아이들 생각을 많이 한다”며 “외국인의 행동과 문화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 느끼면 한국에 돌아와 아이들에게 꼭 얘기해준다”고 고백했다.

실제 박 교장은 2015년 여행을 가서 미국인들이 국경일도 아닌데 상가와 아파트에 성조기를 게양하는 것을 보고 학교에 돌아와, 학생들에게 태극기를 하나씩 선물로 나눠주는 행사를 시작했고 매년 진행해왔다. “성조기를 자랑처럼 지니고 사는 미국인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는 그는 “미국이 세계적인 선진국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남다른 애국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생들은 태극기에 이념적인 정치성을 대입하지 않고 순수하게 ‘나라 사랑 마음’으로 태극기를 아끼고 관리한다”고 평가했다.

2015년부터는 1학년 입학생들과 개학 첫날 대전 현충원을 찾는 행사도 하고 있다. 지난달 5일에도 1학년 입학생 65명과 학부모, 교사들과 함께 현충원을 찾아 세월호 순직 교사 묘역에 참배했다.

지난해에는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박 교장은 현충원 참배 이유에 대해 “아이들에게 나라 사랑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순국열사들 덕분에 우리 후손들이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론 교육도 중요하지만 현충원을 참배하면서 몸소 느끼게 해준다면 아이들이 잊지 못할 것”이라며 “올해는 제자에 대한 스승의 사랑을 일깨워주기 위해 세월호 순직 교사 묘역을 참배했다”고 설명했다. 애국심을 중시하는 교육철학에 영향을 미친 계기로 그는 프랑스 소설가 알퐁스 도데의 명작 ‘마지막 수업’을 꼽았다. 그는 “전쟁으로 독일 땅이 돼버린 알자스 지방 초등학교 선생님이 어린 학생들에게 나라말인 프랑스어를 잊어버리지 않으면 나라를 잃더라도 언젠가는 되찾을 수 있다고 가르치는 애절한 믿음을 그리고 있는 이 책에서 많은 감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재능을 찾아주는 일에도 열심이다. 그는 “교내 육상대회를 열어 ‘달리기왕’을 선정하고 수영대회에서 ‘수영왕’을 선정한다”며 “재능을 찾아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만 교내 시상이 몰리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박 교장은 “아이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다 보면 나름대로 재주가 다 있다. 재능을 발견해 갈고닦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게 교사의 의무”라고 말했다. 박 교장은 교내 대회를 열고 시상하는 과정도 세심하게 관리한다. 학생들이 받는 상장의 색깔까지 매년 바꿔가며 대회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그는 “교사의 작은 정성 하나에 아이들은 감명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박 교장의 남다른 제자 사랑에 졸업 후에도 다시 찾는 제자가 많다. 그는 “서울의 좋은 대학에 가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기업에 다니는 제자들이 대학교수나 회사 임원을 제치고 결혼식 주례를 부탁할 때가 많다”며 “거절하는 일이 잦아도 뿌듯한 마음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크게 웃었다. 그는 “학생과 교직원들이 ‘교장 선생님께서 우리 학교에 오신 뒤로 웃을 일이 많아졌다’고 말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학교 구성원들이 행복하게 생활할 분위기를 조성하는 교장으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은 교권 회복과 아동이 행복한 환경 조성을 위해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