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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11일(水)
網중립성, 유지냐 폐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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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열 경제산업부 부장

오는 23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10년 가까이 유지해오던 망(網) 중립성을 폐지한다. 이 시기를 전후해 국내에서도 관련된 논란이 다시 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유지했던 망 중립성 원칙을 시장 친화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허물어뜨리려 하지만 의회와 검찰은 물론, 인터넷사업자들도 법률제정이나 소송 등을 통해 폐지를 무효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아직은 지켜볼 일이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은 그대로 유지할 전망이다.

망(Net)은 인터넷네트워크를 말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할 때 길은 곧 교통망이었다. 도로와 철도, 항공노선은 세계를 일일생활권으로 단축시켰다. 그러나 지금 망은 통신망이다. 사신과 비둘기에서 전보·전화를 거쳐 인터넷까지, 통신의 발달은 실시간 동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지구 시민’ ‘잠들지 않는 글로벌 빌리지’를 창출해냈다. 과거 ‘이동할 권리(이동권)’를 헌법으로 보장했다면 이젠 ‘소통할 권리(통신권)’가 기본권이다. 서민들에게도 매월 1GB 이상의 데이터 용량을 보장해야 한다는 보편요금제의 논리도 여기서 비롯된다. 인터넷 접근권은 최저 임금만큼이나 기초생활 영위에 필수적인 복지가 됐다. 돈이 부족하거나 사용에 능숙하지 못해 민원서류 발급이나 연금수령 등 행정업무는 물론 은행 입출금과 병원 진료, 문화강좌 신청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분들을 생각하면 금방 이해가 간다.

중립성(Neutrality)은 차별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인터넷망의 보안성·안정성을 유지하는 합리적 수준의 관리 외에, 접근 주체와 트래픽 내용물에 대한 차단·지연·우선 처리 등 망사업자의 임의적인 통제를 금지하는 원칙이다. 통신을 교통에 비유하면 이렇다. 텅 빈 황무지에 도로를 뚫는 회사를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KT나 SK브로드밴드 등 주로 통신사 자회사들이다. 도로 위에 정거장과 노선을 두고 운행하는 버스회사는 서비스사업자, 혹은 커지면 플랫폼사업자로 불린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포털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업체들이 주류다. 버스에 싣는 짐이 콘텐츠이다. 뉴스·검색 같은 정보상품은 물론이고 음악과 사진·동영상, 게임, 인터넷쇼핑 등 거의 모든 재화와 서비스가 포함된다. 플랫폼에 이를 납품하는 제조업체는 콘텐츠프로바이더(CP)라 한다. 신문사, 영화사, 음반회사 등 유무형 상품의 생산자들이다. ISP가 도로를 깔고 유지하는 데는 비용이 든다. 주로 버스(플랫폼), 가끔은 개별 자가용 운전자(CP)로부터 통행료를 받아 충당했다. 그동안 무거운 짐을 실은 대형차나 고속 우선차로에 더 높은 요금을 받는 일은 금지됐다. 누구나 도로를 공평하게 활용해야 교통량이 늘면서 전국 방방곡곡에 짐도 잘 배달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싼 통행료 물린다고 버스가 승차요금 내렸나. 짐 1개당 운송비는 독점운행을 기화로 상승 일변도다. 결국 통행료를 세분화하자는 게 망 중립성 폐지의 요구다. 더 쓰면 더 받자, 그래서 전체 도로를 더 넓히자고 하는 거다. 하지만 통행료가 오르면 버스요금도 오를 공산이 크다. 혜택과 부담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 우리만의 해답을 찾으려면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nosr@
e-mail 노성열 기자 / 경제산업부 / 부장 노성열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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