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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Global Focus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13일(金)
다시 불붙는 ‘가장 오래된 증오’… 유럽, 反유대주의에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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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2년 영국 런던 이스트엔드 지역에 그려진 벽화의 모습. 유대인을 악덕 부동산업자로 묘사한 듯한 이 벽화는 반유대주의를 조장한다는 논란 끝에 철거됐다. 블룸버그통신 캡처
작년 ‘유대인 대상 범죄’ 집계 이후 최고

이슬람 난민 유입되며 대립각
팔 유혈진압이 비난 여론 촉발
극우 정치세력 득세하며 확산

유대교에 적대감 2000년역사
최근 인종차별적 폭행 살아나
“1900년대보다 큰 싸움으로”


‘유대인 은행가 6명이 ‘부동산 먹기’ 게임을 하고 있다. 밑에는 헐벗은 노동자들이 허리를 굽혀 놀이판을 받치고 있다.’

최근 영국 정치권이 반(反)유대주의 논란으로 들끓고 있다. 중심에는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있다. 논란은 지난 3월 말 같은 당 하원의원인 루시아나 버거가 코빈 대표를 안티 세마이트(anti-Semite·반유대주의자)라고 몰아붙이면서 시작됐다. 유대인 단체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공격에 가담했고 코빈 대표는 정치적 곤경에 처했다.

발단은 지난 2012년 화가 카렌 오커맨이 런던 이스트엔드 지역에 그린 벽화에서 시작했다. ‘인류를 위한 자유(Freedom for Humanity)’라는 제목이 붙은 벽화는 당시에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노동자를 착취하는 유대인 자본가를 비판하는 그림 내용이 반유대주의를 조장한다는 항의가 이어졌다. 유대인들이 만들었다는 세계 금융과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비밀결사단체 프리메이슨을 상징하는 피라미드의 눈도 그려져 있다. 벽화가 철거 위기에 휩싸이자 오커맨은 페이스북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여기에 코빈 대표는 “왜 그러나. 록펠러 (재단이)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를 파괴한 것은 레닌의 초상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러시아 공산주의 혁명가 블라디미르 레닌의 초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철거는 옳지 않다는 취지였다. 이는 반유대주의를 지지하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6년 전 댓글이 문제가 되자 코빈 대표는 사과 성명을 냈다. 하지만 유대인 단체들은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인종차별과 반유대주의에 강하게 반대하며 유대계의 확고한 지지를 받아온 노동당은 심각한 지도력 위기까지 맞고 있다.

코빈 대표의 사례는 유럽에서 뿌리 깊은 반유대주의 정서의 존재를 말해준다. 최근 베를린에서 유대계 여학생이 몇 달 동안 이슬람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사실이 드러난 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은 각급 학교에서 벌어지는 반유대주의 행동에 대해 정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독일 내무부는 반유대주의적 행동을 반복하는 이민자의 독일 체류권을 박탈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에선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를 극적으로 피한 80대 프랑스 여성이 반유대주의 범죄로 세상을 떠나는 일이 발생했다.

반유대주의 범죄 사례는 최근 들어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반유대주의 감시단체 CST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에서 발생한 반유대주의 범죄는 1382건으로, 1984년 집계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독일에서 발생한 반유대주의 범죄도 비슷한 수준인 1453건으로 보고됐다. 영국과 독일 모두 반유대주의 범죄가 하루에 4건 정도 발생하는 셈이다. 이들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공공장소 등에서 유대인에게 인종차별적인 폭언을 퍼붓는 사건이며 폭력 사건, 유대인들의 차량과 거주지 등 재산 파손 사건 등이 있다.

유대인들과 유대교에 적대적인 이념, 행위 등을 가리키는 ‘반유대주의’는 2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역사상 가장 오래된 증오’로 일컬어진다. 그 기원은 기독교가 유럽에 확산되면서 유대인을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자들’로 증오한 것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특히 반유대주의자들은 유대인들의 강압에 못 이겨 예수의 십자가형을 선고하며 자신은 이 일에 책임이 없다고 말하는 로마 행정관에게 유대인들이 “그 사람의 피에 대한 책임은 우리와 우리 자손들이 질 것이오”라고 말한 성경 속 부분을 반유대주의 행동의 근거로 삼는다. 하지만 역사가들 중엔 기독교가 창시되기 전부터 반유대주의와 유사한 주장이 등장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냉혹한 고리대금업자는 유대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의 대표 사례다. 정보력이 강하고 셈에 밝다는 유대인에 대한 설은 “돈만 밝힌다”는 편견으로 바뀌었다. 반유대주의는 유대인들의 세계 정복 계획 내용이 담긴 위서(僞書) ‘시온장로의정서’로 더욱 고조됐다. 19세기에 출현한 사회주의 정당들도 서유럽 유대인들을 자본주의 사회의 대표적인 계층으로 여기며 기존 질서에 대한 공격으로 반유대주의를 이용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로 반유대주의는 절정에 달했다.

서구에서는 이후 반유대주의 자체가 금기시됐지만 최근 유럽 경제 침체와 맞물려 반유대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더구나 유럽에서는 최근 몇 년간 이슬람 난민이 급격히 유입되자 중동에서 이슬람 국가들과 대립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극우, 극좌 정치 세력이 득세하고 있는 점이 반유대주의 세력을 키운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기드온 라흐만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에서 “이스라엘을 적으로 보는 극좌, 이슬람을 적으로 보는 극우 모두 반유대주의가 자라날 토양을 제공한다”며 “현대의 반유대주의는 1900년대 반유대주의보다 더 크고 복잡한 싸움”이라고 분석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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