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10.17 수요일
전광판
Hot Click
영화
[문화]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17일(火)
짝사랑 여성을 소유하려는 한 남자의 비틀린 욕망과 파국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의 끝은 어디인가. 사랑이든 혹은 단순한 욕망의 대상이든 인간이 누군가를 간절히 원한다면 어디까지 소유하고 싶어질까.

미국을 대표하는 거장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딸인 제니퍼 린치 감독의 1993년 연출작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Boxing Helena·사진)는 한 남자가 자신이 짝사랑하는 여자를 완벽히 소유(?)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에로틱 미스터리물이다.

성공의 정점에 있는 외과의사 닉(줄리언 샌즈)은 옆집에 사는 아름다운 여성 헬레나(세릴린 펜)를 흠모한다. 밤만 되면 닉은 망원경을 집어 들고 헬레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한다. 화려한 커리어와 막대한 부를 영위하고 있는 닉이지만 어린 시절, 예쁜 외모로 외도를 일삼았던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로 성인이 돼서까지 고통받는다. 예쁜 여성에 대한 집착적인 애증이 헬레나를 향한 스토킹으로 발전한 것이다. 주변에 남자들이 들끓는 통에 접근하기도 힘든 헬레나에게 닉은 용기를 내 데이트 신청을 하지만 번번이 거절당한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닉의 초대를 억지로 받아들인 헬레나는 그의 집에 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를 절단하게 된다. 완벽에 가까운 외모로 자신을 차지하고자 고군분투하는 남자들을 조롱하는 것이 평생의 낙이었던 헬레나는 다리를 잃은 후 어쩔 수 없이 닉에게 의존한다. 움직일 수조차 없는 헬레나는 자신을 여전히 욕망하는 남자의 호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헬레나의 비극적인 사고가 닉에게는 새로운 인생의 발단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헬레나의 머리를 감겨주는 것이, 점심을 먹이고 낮잠을 자고 나면 밤새도록 그의 몸을 탐하는 것이 닉의 전업이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닉은 헬레나를 완벽하게 소유했다고 믿지만, 헬레나는 자신의 몸을 담보로 잡고 군림하는 이 남자를 점점 증오한다.

이 영화는 1990년대 봇물처럼 쏟아지듯 제작된 에로틱 스릴러 중에서도 영화의 극단적인 스토리와 표현수위, 기발한 설정 등으로 관객과 평론가로부터 야유와 환성을 동시에 받았던 양가적 위상을 지닌 작품이다. 특히 마돈나와 킴 베이신저가 거절했던 헬레나 역을 당시 주목받았던 신인 여배우, 세릴린 펜이 완벽하게 연기하면서 화제가 됐다.
▲  김효정 영화평론가


펜이 헬레나 역의 적역 배우로 전설이 된 이유는 단연 그의 관능적인 외모와 뇌쇄적인 표정 연기다. 이 영화가 에로틱 영화의 선두에 있는 것은 남성 캐릭터들과의 정사 장면 때문이 아닌 전적으로 헬레나가 혼자 있을 때 펼치는 솔로 연기와 노출이다. 닉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 초대받은 헬레나가 술에 취해 수영장에 뛰어들어 입고 있던 검은색 실크 드레스가 흠뻑 젖은 채로 춤을 추는 시퀀스는 브룩 실즈나 캐서린 키너와 같은 동시대의 섹스심벌들을 압도할 정도로 도발적인 장면이다. 또한 숨어서보는 닉의 시점에서 관찰되는 헬레나의 자아도취적 행위, 예를 들어 보이지 않는 관객을 전제로 하는 듯한 자위행위 등의 재현으로 영화는 제한 상영가 등급을 받기도 했다.

닉이 헬레나를 완벽히 소유하기 위해 그의 양팔을 절단하는 영화의 후반부는 조소가 나올 정도로 과한 설정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한 남자의 비틀린 욕망과 집착의 파국을 그로테스크하면서도 광기 가득한 서사를 통해 보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안타까운 것은 영화가 처음으로 선보인 선댄스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아 스타 반열에 오른 펜이 이 영화 이후로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하고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힘이 넘치는 갈색 머리와 산호 빛 눈동자를 가진 헬레나의 요염한 표정과 윤기가 흐르는 나신(裸身)은 수족이 없는 비너스보다 더 아름다운 이미지로 남는다.

영화평론가
[ 많이 본 기사 ]
▶ 기내서 승객 심장마비 사망…좌석에 시신 둔채 식사
▶ 잠자던 의붓딸 수차례 성폭행 ‘인면수심’ 50대
▶ ‘미코’ 출신 양정아, 결혼 5년만에 파경
▶ ‘文정부 적폐청산 경질 1호’ 박승춘 “이념 다르다고 정치보..
▶ “남친·남편 성매매 기록 조회”…‘원조 유흥탐정’ 체포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시카고 경찰, 연합뉴스에 “심장문제 확인…형사사건 수사로 이어지지는 않아”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미국 시카고로 향한 아시아나항공..
mark잠자던 의붓딸 수차례 성폭행 ‘인면수심’ 50대
mark‘文정부 적폐청산 경질 1호’ 박승춘 “이념 다르다고 정치보복”
교통공사 폭력 노조원 2명… “민노총 파견 ‘기획입..
“담임 바꿔라…女교사가 아침부터 재수없게 전화”..
최음제·낙태유도제… 불법판매 적발건수 작년보다..
line
special news ‘미코’ 출신 양정아, 결혼 5년만에 파경
배우 양정아(47)가 지난해 이혼했다.소속사 씨엘엔컴퍼니 측은 “양정아가 지난해 12월 이혼한 게 맞다”고..

line
“中, 숨겨진 부채 6500조원… 침몰 위험”
“文대통령, 남북관계 개선에 우선순위 둬”… 美우려..
기상청 한국형 수치예보모델 ‘770억짜리 애물단지..
photo_news
‘멜라니아를 스트리퍼로 묘사’ 래퍼 T.I 뮤비 파..
photo_news
트럼프, 포르노 배우 대니얼스에 “두고 보자” ..
line
[세종이 펼친 ‘진짜 정치’]
illust
세자가 아니었던 세종, 제왕학 대신 自得之樂 학습으로 리더 ..
[인터넷 유머]
mark명언 mark드골 대통령의 유머
topnew_title
number 이종석 드라마 中방영 임박…‘한한령’ 종식 ..
최진철 “사무실 출퇴근 아직 어색, 축구행정..
‘따릉이’ 숫자만 늘리다가… 안전사고 해마다..
‘포지션 파괴’ 벤투號… 누구든 골 넣는다
‘쌍끌이 잭팟’ 美 양대복권 당첨금 1조원 돌..
hot_photo
한복 입고 국감장 나온 김수민 의..
hot_photo
3억짜리 시계
hot_photo
135일만의 판빙빙… 수척, 무표정..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