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또 국회서 잠자는 의원 체포동의안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하던 싸움도 더 거세지고 없던 싸움도 생겨난다. 구속영장 심사를 받아야 할 의원이 속한 정당은 계속 새로운 싸움거리를 만드는 한편, 마지막 수단으로 ‘정치탄압’ 카드까지 꺼낼 준비를 하고 반대편 당은 방탄국회를 만들지 말라고 목청을 높이면서도 정작 방탄국회를 끝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진 않는다.”

18일 국회와 법무부에 따르면 여야가 4월 임시국회를 개점휴업 상태로 두고 정쟁에 빠져있는 동안 국회에는 두 건의 체포동의안이 접수됐다. 4일 접수된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 체포동의안은 이미 묵혀진 지 2주가 지났고, 같은 당 염동열 의원 체포동의안도 지난 13일 국회에 접수됐다. 모두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판사가 서명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구인 절차를 이토록 까다롭게 한 것은 국민의 대표인 입법부 구성원에 대한 불체포특권을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부패 범죄나 개인 비리에 연루된 국회의원에 대한 형사사법 절차까지 무조건 지연하거나 뭉갤 수 있다는 취지는 아니다. 실제로 홍 의원은 수십억 원대 횡령 및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염 의원은 강원랜드에 수십여 명을 부정 채용하도록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여야 간 주고받기식 협상의 ‘카드’로 활용되거나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처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당은 원칙적 입장에서 체포동의안 처리를 당당히 요구하고, 야당은 체포동의안 처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국당은 17일 대한민국 헌정수호 투쟁본부를 꾸렸다. 체포동의안의 조속한 처리 역시 헌정 수호의 중요한 방편이다.

민병기 정치부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