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美 ‘국민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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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아메리칸 드림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는 게 핵심이다. 우리가 모든 이에게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지 않는다면 성공의 기회를 동등하게 제공하지 않는 것과 같다.”

조지 H W 부시 전 미 대통령의 부인인 바버라 여사가 지난 17일 타계한 뒤, 그녀의 이름을 붙인 바버라 부시 가족 탈문맹 재단이 주목받고 있다. 바버라 여사는 ‘문맹 퇴치가 아메리칸 드림의 기반’이라는 신념으로 이 재단을 통해 수백만 명을 가르쳐 ‘국민 어머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버라 여사는 남편이 대통령에 취임한 해인 1989년 “어린이와 부모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이 재단을 만들었다. 그에 앞서 8년간 부통령의 부인으로 활동하면서 문맹 퇴치 캠페인에 앞장섰지만, 퍼스트레이디가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설립할 때만 해도 주변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퍼스트레이디의 관행적인 펫 프로젝트(Pet Project)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치학에서는 대통령의 재임 기간 중 배우자가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사업을 그렇게 부른다. 미셸 오바마는 비만 퇴치 운동인 ‘렛츠 무브(Let’s Move)’ 캠페인, 낸시 레이건은 ‘그냥 아니라고 말하세요(Just Say No)’라는 마약 금지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퍼스트레이디의 펫 프로젝트 공통점은 현직일 때 반짝하다 대부분 흐지부지된다는 점이다. 바버라 여사는 달랐다. 백악관을 나온 뒤부터 더 열심히 전업적인 활동가처럼 일했다. 그녀는 1994년 연설에서 “세계 최강국 미국에서 9000만 명이 읽고 쓰지 못해 직업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라면서 문맹 퇴치 캠페인을 더 적극적으로 벌이기 시작했다. ‘가족독서법’을 만들어 미 전역에 배포하고 유명 저자 초청 강연, 에세이 경연대회 등을 통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의 중요성을 전파했다.

올해로 창립 29주년을 맞은 바버라 부시 가족 탈문맹 재단은 플로리다, 텍사스 등 50개 주에서 160개 프로그램을 통해 수백만 명의 어린이들과 성인들에게 읽고 쓰는 교육을 시키고 있다. 가족의 가치를 중시한 따뜻한 보수주의자 바버라 여사의 유지는 딸 도로 부시 코흐, 아들 젭 부시가 이어받았다. 그녀의 문맹 퇴치 사업은 2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명문 부시가의 공익사업으로 새롭게 자리 잡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