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투자 대상’ 아닌 ‘따뜻한 협력관계’로 바꿔 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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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아세안센터’ 이혁 신임 사무총장

“新 남방정책에 맞춰 교류 확대
‘4강 수준’으로 관계 격상 필요
10개국 모두 빨리 무비자 돼야”

“한국은 그동안 아세안(ASEAN)을 자본과 투자의 대상으로 바라봤습니다. 그 시선을 사람 중심의 따뜻한 협력관계로 바꿔나가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23일 서울 종로구 태평로 한·아세안센터에서 취임식을 갖는 이혁(60·사진) 신임 사무총장은 취임 후 목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필리핀 대사와 베트남 대사를 역임한 그는 국내에 드문 ‘동남아시아 전문가’로 통한다. 이 사무총장은 “정부가 신(新)남방정책을 추진해 아세안 10개국과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4강 수준으로 격상시키는 가운데 취임하게 돼 책임이 막중하다”며 “번영을 공유하고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데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사무총장은 그동안 아세안이 한국과 맺고 있는 인적·물적 관계에 비해 과소평가됐다고 언급했다. 아세안은 현재 한국인 해외여행지 1위를 달리고 있고, 교역액은 1490억 달러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아세안 출신 사람들도 베트남 결혼이주자만 4만2000명이 넘을 정도로 많은 인적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인구 6억4000만 명(세계 3위)에 국내총생산(GDP) 2조6000억 달러(세계 6위)의 잠재력 큰 시장이기도 하다. 그는 “그동안 아세안 국가들은 국내에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뒤떨어진 지역’이란 인식만 있었다”며 “아세안의 잠재력을 널리 알리고 교류 확대를 위해 편견을 걷어내겠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취임 후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신(新)남방정책에 발맞춰 보다 다양한 교류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아세안과 사람(people), 평화(peace), 상생협력(prosperity)의 3P를 골자로 번영의 축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이에 발맞춰 한·아세안센터는 △2020년까지 아세안과의 교역규모를 2000억 달러까지 확대하고 △상생협력을 위한 기술공유와 역량 강화 △아세안 연계 강화를 위한 중점 협력분야 지원 △인적교류 확대를 위한 사람 중심 공동체 건설에서 핵심역할을 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아세안센터는 ‘아세안 관광투자 세미나’ ‘아세안 연계성 포럼’ ‘아세안 유학생회 프로그램’ 등의 구체적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정부와 아세안 간 성공적 교류 확대를 위한 선결 과제로 이 사무총장은 비자면제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그는 “현재 아세안 10개국 중 4개국만 국내에서 비자면제 혜택을 받고 있다”며 “혼란이 있더라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무비자를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취임식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 사무총장은 한·아세안센터를 이끌 최고 적임자”라며 “한·아세안 간 파트너십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미래 공동체를 건설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