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정상회담 D-2>舊소련 3국, 안전보장 약속 받고… 리비아는 경제제재 풀려

해외의 核포기 사례

북한 비핵화를 논의할 남북, 미·북 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과거 핵 보유국들의 포기 사례가 조명받고 있다. 핵 포기에 따른 국제사회의 보상 방식과 핵 포기 국가의 행보 등은 북핵 논의에 적잖은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975년 쿠바군의 앙골라 주둔 등 안보 위협과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국제사회 압력, 지도층 결속 필요성 등을 이유로 고농축우라늄(HEU) 기반의 핵폭탄을 개발했다. 그러나 구소련 붕괴로 안보 환경이 개선되고, 국제사회의 제재·압박이 강해지자 핵 포기를 선언했다. 이후 모든 핵무기·HEU 관련 시설 해제,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협정 체결 등의 수순을 밟았다. 남아공은 별다른 보상 요구 없이 국외 반출 없는 자체 폐기 및 전용 방식으로 핵을 포기했다.

구소련 붕괴로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 벨라루스는 체제 안정과 경제 재건을 위한 서방의 지원 확보, 핵무기 관리 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핵무기를 포기했다. 핵 포기 대가로 체제 보장과 경제 지원 등을 요구하는 북한과 유사하지만 스스로 핵 개발능력을 갖지 못했다는 점은 다르다.

이들 3개국은 1992년 미·러와 핵무기 폐기를 약속하는 리스본 의정서를 체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탄두를 이전·폐기했다. 1994년에는 미·러·영과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체결해 안전보장 약속을 확보하기도 했다.

2003년 핵 포함 대량파괴무기(WMD) 포기를 선언한 리비아는 빠르게 폐기 절차를 밟았다. 포기 선언에서부터 관련 시설·장비의 미국 이전, IAEA 핵사찰이 이뤄지는 데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대신 리비아는 제재 해제, 대미 관계 개선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이란의 경우 2013년부터 미국과 물밑 협상을 시작해 2015년 7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P5+1)과 핵 협정(JCPOA)을 맺었다. 이란은 핵 포기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의 제재 해제를 요구했고, 미국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협정을 지키지 않으면 해제된 제재를 복원하는 ‘스냅백’ 조항을 제시해 상호 신뢰를 담보했다.

북한 비핵화를 놓고 미국은 빠른 시간 내 일괄적인 핵 포기를 한 ‘리비아식 해법’을 선호하고 있는 데 반해 북한은 단계별로 비핵화를 추진하고 제재 해제 등 보상을 받는 ‘이란식 해법’에 기울어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