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남북정상회담>文 “판문점은 이제 평화 상징” 金 “원점 돌아가지 말고 미래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평화의집 2층에 마련된 회담장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훈 국가정보원장, 문 대통령,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김 위원장,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문재인-김정은 회담 모두발언

“김정은위원장 용단에 경의
우리 두사람의 어깨 무겁다
11년동안 못다한 얘기 하자”
文 ‘반드시 성과내자’ 강조

“좋은 합의도 이행이 중요
잃어버린 11년 아깝지 않게
수시로 만나 문제 풀어내자”
金 ‘실천 가능 결과’ 방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오전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2018 남북정상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겠다”고 입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남북한과 전 세계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책임감, 김 위원장은 반드시 이행할 수 있는 회담 결과를 각각 강조하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모두발언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평화정착, 남북관계 발전 등 구체적인 의제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양 정상은 모두발언을 통해 회담에 임하는 전략을 시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두 사람 어깨가 무겁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 두 사람 어깨가 무겁다”며 김 위원장에게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 한반도의 봄을 온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며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여기 판문점에 쏠려 있다”고 발언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사상 최초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오는 순간에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 됐다”며 “우리 국민들, 또 전 세계의 기대가 큰데 오늘의 이 상황을 만들어 낸 김 위원장의 용단에 대해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특유의 ‘상대방 치켜세우기 발언’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회담 결과에 대한 책임감도 함께 져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통 크게 대화를 나누고 또 합의에 이르러서 우리 온 민족과, 평화를 바라는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큰 선물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며 “10년 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눌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물밑에서 사전조율이 이뤄졌지만, 핵심적인 부분은 김 위원장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만큼 김 위원장의 결단을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좋은 결과로 발전하지 못하면 오히려 낙심”= 문 대통령에 앞서 모두발언을 한 김 위원장은 양측 모두 실천 가능한 합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에 모두발언의 강조점을 뒀다. 김 위원장은 “이 역사적인 자리에 기대하시는 분도 많고 또 지난 시기처럼 아무리 좋은 합의나 글이 나와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 기대를 품었던 분들한테 오히려 더 낙심을 주지 않겠나”며 “앞으로 마음가짐을 잘하고 우리가 잃어버린 11년 세월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정말 수시로 만나서 걸린 문제를 풀어나가면 우리가 좋게 나가지 않겠나 이런 생각도 하면서 한 200m를 걸어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평화와 번영, 북남관계가 정말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는 그런 순간, 이런 출발점에 서서 신호탄을 쏜다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여기에 왔다”며 “오늘 현안 문제들을 툭 터놓고 얘기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지난 시기처럼 또 원점에 돌아가고 이행하지 못하고 이런 결과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면서 반드시 필요한 얘기를 하고 그래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걸 문 대통령 앞에서도 말씀드리고 기자 여러분들한테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 속에는 이날 정상회담에서 많은 것을 합의하기보다는 이행 가능한 합의에 집중할 것을 거듭 강조함으로써 그간 김 위원장이 밝혀온 단계적·동시적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수시 만남 의지를 밝힌 것은 남북정상회담 정례화 합의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한 것으로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비슷한 얘기를 반복하는 등 생중계 카메라 앞에 선 긴장감이 드러나기도 했다. 판문점 = 공동취재단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