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핀란드의 理性 “공짜 복지 땐 亡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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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핀란드 정부가 2017년 1월부터 시작한 기본소득 정책실험을 중단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25∼58세의 장기실업자 2000명에 대해 월 560유로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그야말로 정책 실험에 불과했던 것을 두고 확대 해석하긴 조심스럽다. 하지만 기본소득 지급으로 실업률 감소 등의 효과를 기대했던 핀란드 정부가 기본연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인 건 틀림없다.

일부 장기실업자에게 월 70만 원 정도를 조건 없이 지급하는 것이 기본소득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었다. 비록 77% 국민의 반대로 부결되긴 했지만, 2016년 성인 1인에게 매월 2500스위스프랑(약 275만 원)을 주겠다는 스위스의 기본소득 법안과 비교할 때, 핀란드의 기본소득은 명칭만 기본소득이지 조건 없이 지급되는 실업수당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도 있다. 복지 선진국인 유럽에서 실업급여 제도가 처음 도입될 때는 대부분 국가에서 특별한 의무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고실업 상태가 만연하자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의 하나로 급여 지급의 전제 조건으로 구직 노력 의무를 부과했다는 점에서 핀란드의 정책 실험은 처음부터 기대가 너무 컸다.

노동을 하지 않더라도 국가가 일정 소득을 보장해 준다는 것을 싫어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전제에는 필요한 재원 조달을 위한 추가적인 세금 부과는 없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스위스에서 매월 엄청난 돈을 주겠다는 기본소득 법안이 부결된 것도 이것이 공짜로 받는 게 아님을 국민이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소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0%가 기본소득 도입에 찬성한다고 했지만, 추가적인 세금 부담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도 기본소득 도입에 찬성하는지에 대한 응답은 35%로 떨어졌다고 한다.

공짜로 할 수 있는 복지 정책은 없다. 누군가 혜택을 받으면 누군가는 부담해야 한다.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과 부담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이미 확정적으로 정해져 있다면, 부담자의 입장에 서고 싶은 사람은 피를 나눈 가족 외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누구나 받을 가능성이 있고, 그 가능성만큼의 비용을 부담할 의사가 전제돼야 그 제도는 원칙적으로 존재 가능하다. 따라서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급여를 받을 권리를 주는 기본소득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 이에 상응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데 동의해야 한다.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곳곳에서 나오는 기본소득 공약을 보면, 주겠다는 약속만 있고 이에 필요한 비용을 어떻게 조달하겠다는 것은 명확하지 않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모든 세출은 중장기적으로 똑같은 세입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국공채 발행으로 한시적으로 비용을 조달할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미래 세대가 그 부채를 갚아야 한다. 지속 가능한 재원 조달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은 달콤한 공약을 제시하면서 표를 구하는 것이 바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이러한 선심성의 무책임한 공약 제시를 막기 위해서는 매니페스토 운동에 의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적자 재정 예산을 편성하고 미래에 엄청난 부채를 전가하면서 선거전에 제시한 선심성 공약도 이행만 하면 실천한 것으로 인정하는 건 잘못된 것이다. 또한, 특정 계층의 희생을 명시적으로 전제하고 다수에게 선심을 베풀겠다는 식의 공약 역시 복지국가의 기반인 국가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좀 먹는 위험한 주장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