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정상회담 특수에 ‘남북 체육교류’ 추진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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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체육단체와 지방자치단체들의 남북 체육교류 사업 추진 계획이 쏟아지고 있다.

30일 대한카누연맹은 오는 8월 열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드래곤보트의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7월 북한 대동강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다는 타임 테이블도 내놨다. 서울시는 내년 전국체전의 서울·평양 공동개최와 ‘경평(서울·평양) 축구’ 부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스포츠가 그동안 경색된 남북 관계를 화해와 협력으로 이끄는 마중물 역할을 맡아왔다는 점에서 남북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체육교류가 가장 활발하게 추진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북한과의 교감이 없고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와의 협의 없이 체육교류를 꾀하는 건 남과 북에 모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체육회의 고위 관계자는 “카누연맹이 남북 단일팀과 관련해 체육회와 상의한 적은 없다”며 “전국체전의 경우 경기장 등 시설이 대회를 치르기에 적합한 지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보완하는 등의 작업이 요구되는데 서울시가 너무 앞서간다”고 지적했다. 문체부의 관계자 역시 “남북간의 체육교류를 위해선 절차가 필요한데, 문체부에 협조 요청이 온 적은 없다”고 밝혔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과정을 살펴보면 ‘절차’가 중요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정부가 충분한 공론화 없이 무리하게 단일팀을 추진하면서 “스포츠에 정치가 개입한다”는 비난이 거셌다.

문체부나 체육회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내 경기단체를 대상으로 남북 단일팀 구성 의향을 묻는 1차 수요 조사를 거쳤고 이번 주부터 남북 단일팀 추진을 위한 실무협의를 진행한다. 또 남북 대화 창구인 통일부를 통해 북한과 협의할 예정이다.

일부 경기단체, 지자체가 체육교류를 남발하는 건 혼란을 유도할 수 있기에 우려된다. 특히 지자체의 남북 체육교류 추진은 6·13 지방선거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에 지자체에서 남북 교류 사업을 경쟁적으로 발표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생색내기 내지 정치적인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체육교류가 활용된다면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일방적인 남북체육 교류 추진은 성사될 가능성이 낮으며, 남북 화해 분위기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김동하 체육부 기자 kdha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