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판문점 선언’ 이후>美, 北核 기술인력도 사찰대상 포함 확실시

38노스 ‘최대 1만5000명’추산
보유현황·관리 주요과제 부상
옛소련 적용 CTR방식 거론돼

미·북이 빠르면 이달 중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 핵 기술 인력 처리 문제가 주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핵 물질·시설뿐만 아니라 핵 기술자·과학자까지 포함하는 만큼 이들에 대한 추적·관리 방안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1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해나가는 과정에서 미국은 전례 없이 엄격한 핵 사찰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찰 범주에는 핵무기와 시설뿐 아니라 핵 기술을 보유한 인력 문제까지 포함될 것이 확실하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폐기가 시작되면 현재 수천 명 수준일 것으로 추정되는 핵 과학자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1950년대부터 러시아 두브나 연구소에 유학생을 보내 핵 관련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시작했고, 1970년대 중반부터는 본격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위한 기술자들을 영입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에 미국은 북한의 핵 기술 보유자들을 모두 미국으로 데리고 가 직접 관리하는 방안까지 고려했다”면서 “이는 북한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북한의 핵무기 연구·개발·실험에 직접 관여하는 단체만 100∼150개, 인력은 9000∼1만5000명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 2005년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목표로 했던 9·19 공동성명 준비 과정에서도 북한의 핵 기술 인력 문제를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구소련에 적용했던 ‘협력적 위협감축 조치(Cooperative Threat Reduction·CTR)’가 북한 비핵화 이후 핵 기술 인력 관리의 대안 중 하나로 꼽힌다. CTR는 대량파괴무기(WMD) 소유국 및 이를 우려하는 국가들이 공동 추진하는 프로그램으로 핵 개발에 필요한 물질, 기술, 시설, 인력까지 해체·관리 대상에 둔다. 1991년 미국 상원의 샘 넌, 리처드 루거 의원 주도로 탄생한 ‘넌-루거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CTR 사례로 꼽힌다. 당시 미국은 이 프로그램을 근거로 자금과 기술, 장비, 인력을 투자해 우크라이나 등 구소련의 핵 기술 인력의 재취업 등을 지원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이후 이란의 핵 개발 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국제사회는 향후 북한 핵 기술 인력 관리 문제를 보다 엄중히 다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