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메신저 왜 지웠냐” 칼부림…度 넘은 연인간의 SNS 집착

부엌칼 던진 대만 유학생 집유

직장인 이모(여·30) 씨는 최근 교제를 시작한 남자친구가 “페이스북 친구를 맺자”고 제안했지만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 씨는 1일 “전에 만났던 남자친구는 고등학교 동창들과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사진을 SNS에 올려도 ‘나 없이 즐겁냐’는 식으로 참견했고, 아는 남자가 내 사진에 댓글만 달아도 예민하게 반응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SNS 문제로 다툼이 잦았던 이 씨는 결국 남자친구와 헤어졌고, 이후 연인과는 절대 SNS 친구를 맺지 않기로 결심했다.

연인 간의 SNS, 메신저 집착이 도를 넘어 칼부림으로 번진 사건도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 1단독 정은영 판사는 지난달 18일 남자친구에게 부엌칼을 집어 던져 오른쪽 등과 옆구리를 다치게 한 대만인 장모(여·22) 씨에게 특수상해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장 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서대문구 자신의 집에서 남자친구 우모(20) 씨가 스마트폰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인 ‘위챗’에서 자신을 삭제한 사실을 알고 다투다 홧김에 칼을 던졌다. 둘은 대만 유학생으로 함께 동거하던 사이였다.

재판부는 장 씨가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지만, 평범한 대학생이 메신저에 대한 집착으로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돼버렸다.

연인끼리 SNS 친구를 맺는 것은 일반적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해 7월 미혼남녀 3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7명 이상(70.4%)이 연인과 SNS 친구 사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 SNS가 ‘감시’ 수단처럼 변질되자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헤어진 뒤 ‘SNS 친구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36.4%)’ ‘헤어진 연인의 친구와도 SNS 친구일 때 관계를 정리해야 하는지(23.5%)’ 등을 고민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 결혼정보회사를 찾는 사람들 가운데 “상대방이 SNS에 집착하는 사람은 아닌지”를 문의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오프라인에서 대면 접촉하기보다 SNS나 메신저로 연인 관계를 이어가는 게 더 편하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이를 통한 소통은 양방향이 아니라 일방적인 경우가 많아 상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고, 건강한 관계를 이어가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