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사 시켜 가입실적 올리기… ‘청년내일채움공제’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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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조건 변경에 사업주 혼선
신청 승인됐다가 철회되기도
알바도 고용보험 가입땐 불허
일자리안정자금 족쇄로 작용
고용부 “목표 달성”자화자찬

청년 구직자의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기 위해 시행된 청년내일채움공제가 생계를 위해 장기간 아르바이트로 일해왔던 청년의 가입을 막는 등 제도의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지침 변경으로 일선 현장의 사업주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일 관련 지침을 개정하며 가입 범위를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지침 개정 전에는 고용보험 가입 기간과 무관하게 공제에 가입할 수 있었다. 개정된 지침은 ‘고용보험 최초 취득자’ 또는 ‘최종학교 졸업 이후 공제 가입 전 고용보험 총 가입 기간이 12개월 이하인 자’로 가입 제한을 뒀다. 고용보험 가입 기간 12개월을 초과한 자는 최종 피보험자격 상실일로부터 실직 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자에 한해 공제에 가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제 가입을 위한 이직을 막으려는 취지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장기 아르바이트는 사각지대 = 문제는 생계를 위해 장기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던 청년들이다. 고용보험 가입 상태에서 12개월 넘게 아르바이트로 일한 청년은 개정된 지침에 따르면 공제에 바로 가입하지 못하고 6개월 이상 실직 상태란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중소기업에 취직해 고용보험에 12개월 넘게 가입돼 있던 청년 중에서도 지침 개정일인 4월 1일 전에 퇴직한 청년은 실직 기간과 관계없이 공제 가입이 가능하지만, 이후 퇴직한 청년은 퇴사 후 6개월 이상 실직 상태에 머물러야 한다. 6개월 실업자 생활을 한 뒤 취직하라는 셈이다.

일자리안정자금 가입 독려 역시 공제 가입을 막는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사업주의 부담을 완화하고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일자리안정자금에 가입하려면 근로자가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정부의 독려에 따라 고용보험에 12개월 넘게 가입했던 아르바이트생은 공제에 가입할 수 없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는 청년들의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A 씨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취업 전 장기간 아르바이트를 해오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은 공제 가입을 위해 퇴직하고 6개월 동안 일을 하지 말라는 말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B 씨는 “똑같이 중소기업에서 12개월 넘게 일했는데, 예고도 없이 지침을 개정해 4월 1일 이후에 퇴직한 청년과 그 이전에 퇴직한 청년을 차별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지침 개선을 촉구했다.

◇실적 중시 탓 업계도 혼란 = 고용부에 따르면 지역별 고용플러스센터는 운영 대행사에 공제 회원 발굴 및 관리 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대행사 입장에선 가입자를 많이 유치할수록 수익을 보기 때문에 가입 승인 후 나중에 결격 사유가 확인돼 취소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경기 수원시에서 조명기구 생산업체를 운영 중인 이모(47) 씨는 최근 서울 소재 모 고용플러스센터의 공제 관련 업무 대행사인 G사의 가입 권유에 따라 올해 3월에 채용한 직원 2명에 대한 공제 가입을 신청해 승인됐다가 일주일 만에 철회 통보를 받았다. 지난 2월에 권고사직 처리한 직원이 화근이었다. 이 씨는 “공제 신청 과정에서 채용 1개월 이내에 권고사직이 있으면 가입이 안 된다는 안내를 받지 못했다”며 “대행사가 가입을 권유했는데 이제 와서 안 된다고 하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G사 관계자는 “우리도 나중에야 권고사직 사실을 알게 됐다”며 “많은 회원을 관리하다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고용부는 “올해 지원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며 실적을 자랑했다. 고용부는 1일 “4월 27일 현재 4만6000여 명이 공제 청약을 마친 상태이고, 청약 대기 인원 포함 시 본예산 기준 지원 목표인 5만 명에 이르러 조기 마감 조처를 했다”고 밝혔다.

정진영·박성훈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