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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반도 정찰記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09일(水)
“미·북 회담 성공해도 비핵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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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美 정부·의회·싱크탱크 조율 중
비핵화 Stop, 평화협정 Go 우려
협상 실패 때의 카드 아직 迷宮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27 판문점 회담 다음 날 워싱턴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기내에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의 반응이 궁금한 외교관, 정치인, 학자, 언론인들이 가득했다. 한반도 문제를 다뤘던 미국 전직 고위 외교관도 있었는데, 남북 회담 결과에 대해 묻자 “‘미국 패싱’이 연출된 것 아닌가”라며 “앞날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워싱턴 정가(政街)와 외교가도 한반도 문제로 끓어오르는 듯했다. 곳곳에서 미·북 정상회담 토론회가 열렸다. 아직까지 ‘미국 입장’이 정해지지 않은 듯했다. 싱크탱크·학계와 의회, 정부 그리고 백악관의 반응과 분위기가 다 달랐다.

싱크탱크 전문가들은 현재 한반도 상황이 김정은의 전략과 로드맵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비판적 분석과 회의적 전망을 주로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하면서 미·북 정상회담을 성공으로 포장하겠지만 △6개월 뒤면 미국이 원하는 대로 비핵화가 이행되지 않을 것이고 △그와 관련 없이 남·북한과 중국은 미국을 ‘평화 체제’ 협상 테이블에 묶어두려 할 것이며 △트럼프도 협상장을 박차고 나간 이후의 대책이 없고 △그러는 사이에 회담은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핵보유국 북한과 미국 간의 군축 협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분석을 많이 제시했다.

의회 쪽에서는 북한 비핵화 달성보다는 미·북 정상회담의 미국 내 정치적 파장에 더 관심이 많았다. 상원 외교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 정치적으로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북한과 협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공화당은 트럼프가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무능했다”고 비판하는 상황을 즐기고 있으며,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홍보되고, 주식시장도 호조를 보이면 11월 중간 선거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또 민주당도 빌 클린턴 정부 당시의 북핵 협상도 있었기 때문에 김정은과의 협상에 반대하지는 않으며, 따라서 트럼프가 원유 등 대북 지원을 의회에 요청하는 상황이 돼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미 정부는 싱크탱크의 냉소적 태도나 의회의 정치 득실 분석과 관계없이 미·북 정상회담 준비에 몰두하고 있었다. 2일 만난 미 정부 관계자는 국무부와 국방부, 에너지부,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이 팀을 이뤄 회담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눈에 띄는 것이 에너지부의 역할인데, 거기 소속된 핵 전문가들이 검증 및 사찰단에 포함된다고 한다. 사찰단은 수백 명 수준이 될 텐데, 북한의 신고에 따라 규모가 결정되고, 인력이 모자라면 동북아 지역 국가 전문가들도 포함될 수 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간의 공조는 긴밀하게 이뤄지는 것 같았다. 청와대-백악관, 주미대사관-국무부, 국정원-CIA 간에 실시간 소통이 이뤄지는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그러나 남북, 미·북 관계가 그러하듯 한·미 간에도 불신의 그림자는 남아 있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평화협정 이후 주한미군 위상 문제를 거론하자 국무부 관계자가 곧바로 주미 한국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진의를 물었다.

미 정부 관계자들도 궁금해하는 것이 백악관의 의중이다. 미 정부 내 움직임에 밝은 전문가는 “누구도 미·북 협상을 앞둔 백악관, 특히 트럼프의 진짜 의도를 모른다”면서 “아마 트럼프 본인도 모를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 주류의 여론은 전반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정적이지만, 그가 한반도 정세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트럼프가 남과 다른 방식으로 큰돈을 벌고, 대통령직까지 차지했듯이 북한 문제에서도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는 의견이다.

미국에서 북핵 문제에 가장 정통하다는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량파괴무기 조정관은 “미·북 정상회담은 성공하겠지만, 완전한 비핵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의 현재 분위기를 가장 정확히 대변하는 말이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과학 국제 관계를 다루는 벨퍼센터의 사무총장으로 일하는 그는 다음과 같이 종합 전망했다. “북한 비핵화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면 미국 정부는 외교협상을 끝내고 ‘코피 작전’ 같은 군사적 옵션으로 되돌아가야 할지, 아니면 북한이 부분적으로 비핵화하고 미국도 부분적으로 제재를 해제하는 식으로 적당히 타협할지 결정해야 한다. 아마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완전 비핵화 외에 타협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무력 사용에 강력 반대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미 갈등이 다시 시작된다. 트럼프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 같다.”

<워싱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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