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학교폭력 전담기구’에 전문가 참여, 공정한 조사 이뤄져야

학교생활과 관련해 학부모들이 바라는 것은 자녀들이 급우들과의 원만한 관계 속에서 학교생활을 잘 해나가는 것이리라 생각된다. 학교마다 중간고사 기간인 이때까지 아무 일이 없었다면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성적도 성적이지만, 친구들과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다는 데 안도할 것이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학교폭력 발생 건수는 2014년에 6만2000건이던 것이 2016년에는 2만8000건으로 줄어드는 등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폭력수위가 높아지고 흉포화하고 있으며, 그 처리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부족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특히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합의를 중재해야 하는 교사들의 고충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학교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학생들이 교우관계를 잘 정립·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담임교사 등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학교 차원에서 담임교사들의 ‘최소 수업시수 보장’ 등 실질적인 지원을 해야 함은 물론이다.

급우 상호 간의 이해 증진 및 배려의 방법이나 기술 등이 핵심적인 내용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한 손쉬운 방법 중 하나로 담임교사들이 간단한 조사, 예를 들면 ‘어려운 일이 생긴다면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하겠는가?’ ‘급우들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은 적이 있는가?’ 등의 간단한 질문을 통해 학급 내 학생들 간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일종의 상호영향관계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조사를 통해 관계성이 부족한 학생에게는 원만한 성격의 학생을 연결시켜 주어 관계 정립·증진을 도모하고, 다른 학생들을 불편하게 하는 학생에게는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적용해 관계 회복 노력을 기울이게 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교사의 역할이나 프로그램으로 학교폭력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학교폭력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학교폭력에 대한 ‘사실 조사’ 및 ‘합의·중재’ 과정, 즉 사안 조사 단계에서의 교사의 역할이다. 이 과정은 대부분 담임교사에 의해 진행되는데, ‘실질적 권한이 없는 비전문가라는 한계뿐만 아니라 중재 실패시 무능 교사로 낙인찍힌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문화일보 4월 25일자 15면 참조)

학교폭력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사안을 조사하는 것은 그야말로 ‘사실 조사(탐정)’의 영역이다. 그러므로 이 과정에서 담임교사들이 직접 사실 조사를 수행하기보다는 그런 경험이 있는 변호사·행정사·법무사 등 전문가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즉, 사실 조사를 담당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사실관계를 보고하는 ‘학교폭력 전담기구’를 교사로만 구성할 것이 아니라 학교폭력 전문가들의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현재 학교폭력 처리 과정의 문제점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무엇보다 공정한 조사가 가능함은 물론 처분 결과에 대한 수용성도 높아져 합의·중재에 이르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 특히 의미 있는 것은, 무엇보다 ‘사실 조사’에 대한 교사의 부담이 완화될 것이며, 각급 학교의 학교폭력 사안 처리에 대한 신뢰성도 크게 높아질 것이다.

우무정·국회의원 보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