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이란제재 발표 하루 만에 출렁이는 세계경제

油價 다시 오르고 美 10년물 국채금리 3% 돌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 선언 후 국제 유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8일 핵협정 탈퇴 발표 직후 하락했던 국제 유가가 하루 만인 9일 3% 이상 급등하며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는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전날보다 배럴당 2.08달러(3.0%) 상승한 71.14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배럴당 1.67달러(2.4%) 하락한 것과 대조되는 움직임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국제 원유 시장은 미국이 이란 경제제재에 유예 기간(90일, 180일)을 둔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신중하게 움직였다. 특히 최근 배럴당 70달러대로 뛰어오른 유가를 두고 ‘오를 만큼 올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상승 폭이 장기적으로도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가 원유 공급 차질을 불러올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최근 미국의 원유 재고가 줄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이날 유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중 3번째 원유 생산량을 차지하는 국가로 미국의 ‘원유 수출 제재’가 장기간 이뤄질 경우 원유 공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장의 관심은 이란 경제제재를 넘어 중동 지역 정세와 주변국들의 제재 동참 여부로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 원유의 공급 저하 우려에 더해 미국의 핵협정 탈퇴로 중동의 긴장감이 높아질 경우 시장이 장기간에 걸쳐 반응할 것이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일본·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제재에 동참할 경우 시장 혼란은 더 커질 수 있다. 이란에 대한 제재로 공급 감소가 현실화될 경우 국제 유가는 추가로 배럴당 5∼10달러 오를 수 있다는 예상이 벌써 나오고 있다.

한편 유가 급등에 더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3%를 돌파하면서 세계 금융시장 전체로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거래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38%포인트 오른 3.0061%를 기록했다. 2014년 이후 2%대에서 움직이던 금리가 다시 3%대로 올라선 것으로 채권시장에서는 추가 상승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탈퇴 선언 후 유가 급등으로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달러지수는 93.1까지 상승하며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 속에 물가까지 뛰고 미국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신흥국 금융시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