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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11일(金)
기부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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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가슴뼈가 드러난 깡마른 아프리카 아이 얼굴에 파리떼가 달라붙는다. 병상에서 힘겨워하는 아이 옆에서 엄마는 울먹인다. 기부 캠페인의 단골 장면이다.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두고 ‘빈곤 포르노’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기부금 확보에 이만한 수단은 없다고 한다. 같은 얘기도 반복하면 동정심은 무뎌진다. 게다가 일부 국제구호단체의 비리까지 보도되면서 기부 자체를 꺼리는 사람도 적잖다. ‘기부 포비아’다.

기부는 인류의 매력적인 발명품이다. 공적 시스템의 사각지대에서 아픔을 어루만지고, 희망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기부가 엉뚱하게 재앙이 되기도 한다. 프랑스 르몽드는 최근 책 기부의 역설을 짚었다. 세계 12개 도서 기부단체가 한 해 아프리카로 보내는 책은 600만 권에 이른다. 외부 책이 넘쳐나면서 현지 출판 생태계는 무너졌다. 각국 정부는 도서 구입에 예산을 쓸 필요가 없고, 도서관조차 책을 사지 않기 때문이다. 중고 의류와 신발을 보내는 사업 역시 지역 산업생태계를 파괴한다. 미국에서 아프리카로 책 4만 권을 배로 실어 보내는 데 드는 비용 2만 달러면 현지 출판사가 펴낸 책 1만 권을 살 수 있다. 옷이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걸 살 돈이 없는 게 문제다. 가난이란 본질은 바뀌지 않는 것이다.

대도시 쪽방촌에는 겨울마다 기이한 일이 반복된다. 적잖은 집들이 기름보일러를 뜯어내고 연탄보일러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기업과 복지단체 후원이 온통 연탄으로만 몰리면서 일어나는 소극이다. 난방용 기름과 연탄 가격 차는 이제 거의 없어졌지만, 연탄은 여전히 빈민의 상징코드다. 영세 연탄 소매상들은 공짜들에 치여 문을 닫고 있다.

인도는 2014년 대기업에 순이익의 2%를 자선활동에 쓰도록 의무화하는 규제법을 만들었다. 그러자 위장 기부가 속출했고, 평소 기부를 많이 했던 기업은 2%로 낮췄다. 선의가 의무가 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국내 상위 25개 대기업의 기부금 지출은 2016년에 6%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 14.5%로 더 줄었다.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기부했다가 범죄자 취급을 받은 후유증이다. 적폐라고 비판했던 문재인 정부도 기업들에 갖은 구실로 기부를 종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기업판 기부 포비아다. 자발성이 빠진, 혹은 공급자 시각의 기부는 역풍을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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