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美北 정상회담>美의회, ‘주한미군 축소’ 美北회담 협상카드 활용 사전봉쇄

- 국방수권법 군사위 통과

2만2000명 하한선 명시하고
의회 승인 ‘견제장치’ 법제화

여야 구분없이 초당적 통과
상·하원 통과도 유력한 상황

내년 9월까지 감축 어려워져
北核협상 돌발합의 우려 차단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가 주한미군 규모를 의회 승인 없이 대폭 줄일 수 없도록 한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미국 내에서 현재 주한미군의 역할이 계속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북 정상회담의 전략적 카드, 미군의 해외주둔 비용 절감 등을 목적으로 주한미군 규모 축소를 고려할 수 있다는 분석이 계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미 의회가 확실한 견제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15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의회 승인 없이 주한미군을 2만2000명 미만으로 감축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2019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은 지난 10일 압도적인 표차로 하원 군사위원회를 통과한 데 이어 하원 본회의 통과도 유력한 상황이다. 하원을 통과할 경우 국방수권법안은 다시 상원에 접수돼 상임위원회 회부, 소위원회 회부·심의, 상임위 상정·심의, 본회의 토론·의결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국방수권법안 내용에 일부 수정이 있을 수는 있지만 주한미군 하한선을 규정한 조항은 상원에서도 현재 별다른 반대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통과가 유력한 상태다. 주한미군을 2만2000명 미만으로 감축할 시 의회 승인을 받도록 한 조항은 민주당 소속 루벤 갈레고(애리조나) 의원이 주도했지만,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별 반대가 없는 것이다. 상·하원을 모두 통과하면 대통령에게 송부되며 대통령은 10일 이내 서명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방수권법안이 법률로 확정되면 이 법안은 미국 정부의 2019회계연도가 종료되는 2019년 9월까지 유효하게 된다. 최소한 이때까지는 미국 정부가 어떠한 변수가 생기더라도 주한미군 감축을 시도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이때쯤이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행 여부가 어느 정도 판가름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북 회담 중에 성급하게 주한미군 철수가 고려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의 핵심 당국자들이 북한과의 협상 카드로 당장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힌 가운데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난항 등은 미군 규모 감축 등과 관련해 또 다른 변수다. 국방수권법이 발효된 상황이라면 협상에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당장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안전장치가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경기 평택 험프리스에 사령부를 둔 주한미군 병력 공식 숫자는 육·해·공군을 합쳐 2만8500명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29일 오하이오주 연설에서 주한미군 숫자를 3만2000명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는데 국방부는 이와 관련, “순환배치 및 훈련 등으로 일시적으로 규모에 일부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주한미군이 붙박이군에서 순환배치군으로 전환하면서 주한미군 병력 숫자는 잦은 변동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원 군사위가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 2만2000명 미만도 이 같은 성격 변화를 고려한 것이다.

군사전문가들은 미·북 정상 간 비핵화 회담 후 평화협정에 정식 서명할 경우 주한미군 규모 조정 및 성격 변화로 또 한번 출렁거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병채·정충신·김남석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