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9.22 토요일
전광판
Hot Click
문화일반
[문화] 박현모의 세종이 펼친 ‘진짜 정치’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16일(水)
노비 부부에 출산휴가, 80세 넘으면 免賤… 백성 삶의 질 향상 善政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역사연구자들이 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그중 하나가 ‘토각(兎角)논쟁’, 즉 토끼의 뿔이 길다느니 짧다느니 다투는 것이다. 그 주장이 제아무리 그럴듯하고 심지어 교훈까지 주는 것이라 하더라도, 없는 사실에 기반해 있다면 그것은 한낱 모래 위에 집짓기일 뿐이다.

이영훈 교수의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라는 책이 출간된 후,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는 전국 각지에서 걸려오는 전화로 바쁘다. 울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세종이 노비 폭증의 원흉이라는데 사실이냐?”며 학생들에게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국사학자들은 “역사 망발에 절대 말려들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럼에도 실록 기록을 확인해 드리겠다는 그 교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는 연구소 홈페이지(allthatsejong.com)에 세 꼭지의 반론 영상을 이미 올렸다.

이 교수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흔히 세종을 성군이라 하는데, 이는 양반 사대부들의 성군일 뿐 일반 백성들에게는 성군이 아니었다. 그 근거는 두 가지다. ①세종이 노비의 인권과 삶의 질을 크게 악화시키는 법을 만들었고, ②그 법으로 인해 세종시대 노비의 처지가 크게 악화됐으며, 세종 사후 노비 인구가 크게 확장되었다.

과연 그게 사실일까? ①과 관련된 첫 번째 법은 ‘주인고소금지법’, 즉 종이 주인을 고발하더라도 받아들이지 말고 즉시 목을 베도록 한다는 법이다. 이 법에 대해 이 교수는 1420년(세종 2년) 9월 13일에 세종이 동의해 통과되었다고 하는데(위의 책, 53쪽), 사실이 아니다. 이날 예조판서 허조는 당태종의 말을 근거로 주인고소금지법을 거론했다. 하지만 정작 입법 제안 내용에는 부민(속관, 아전, 백성)이 수령(품관, 수령, 감사)의 죄를 고발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수령고소금지법)만이 들어갔다.

주인고소금지법은 그로부터, 즉 수령고소금지법이 통과된 지 2년 후인 1422년 2월 3일에야 제정되었다. 입법자는 역시 허조였다. 흥미로운 것은 이날의 실록 기록인데, 처음 입법이 제안되었을 때(1420년 9월) 세종은 여러 신하에게 의논하게 했다(議之). 이 자리에서 정승인 유정현·박은 등은 그 법을 심히 그르게 여겨 그렇게 하면 “백성이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게 그들의 반대 이유였다. 그러자 허조는 당시 태상왕이던 태종에게 눈물로 호소했다. ‘윤허하지 않으시면 죽어도 눈을 못 감는다’면서 울먹이는 허조에게 태종이 감동되어 “즉시 통과시켰다(卽從之)”는 게 실록 기록이다. 그럼에도 이 교수는 “그를 둘러싼 어떠한 찬반논쟁도 없었고, 세종은 신하들의 과격한 요구를 순순히 수용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한다(위의 책, 54쪽).

다시 말해서, 양반 지배층이 자기들의 이익 내지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노비 관련 법안을 일치단결해 제정한 게 아니었다. 또 허조의 입법 제안을 받아들인 사람은 세종이 아닌 태종이라는 게 실록 기록이다. 따라서 이 법의 책임을 묻자면 결정권을 쥐고 입법을 허락했던 태종, 즉 이 교수가 ‘개혁적인 군주로서, 노비의 권리를 지키고자 노력했다’던 태종에게 지워야 하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

▲  박현모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
무엇보다 세종시대 노비의 생활 수준이 정말 최악이었을까? 이 교수는 노비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세종이 취한 제도적 조치, 즉 노비 부부에게 지금보다 더 파격적인 출산 및 산간 휴가를 주고, 80세가 넘은 노인들은 모두 천인 신분에서 벗어나게 한 조치 등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노비제도와 관련한 이 교수의 주장에는 결정적 오류가 두 가지 더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살피기로 한다.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
[ 많이 본 기사 ]
▶ “군사합의 ‘항복문서’ 수준… 軍 운용 결정적 장애 초래”
▶ 학생이 ‘단톡방’서 “여교사와 관계 맺고 싶다” 희롱
▶ “美법무부 부장관이 트럼프 녹음·직무박탈 모의”
▶ 무면허 만취 버스기사 귀성객 태우고 400㎞ 질주
▶ 환각제 먹은 문어, 기분 들떠서 수컷과 ‘포옹’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무면허 만취 버스기사 귀성객 태우고 400㎞ 질..
topnews_photo 경부고속도로서 “차선 물고 달린다” 신고로 적발돼 술에 취한 채 귀성객을 태우고 4시간 동안 고속도로를 400㎞가량 달린 버스 기사가 경..
mark“군사합의 ‘항복문서’ 수준… 軍 운용 결정적 장애 초래”
mark환각제 먹은 문어, 기분 들떠서 수컷과 ‘포옹’
학생이 ‘단톡방’서 “여교사와 관계 맺고 싶다” 희롱
“美법무부 부장관이 트럼프 녹음·직무박탈 모의”
노회찬 ‘돈받아’ vs 드루킹 ‘안줬어’…재판에 어떤 ..
line
special news 박진영, 결혼 5년만에… 내년 1월 아빠 된다
SNS에 JYP 성장·계획 밝혀…“사내복지 연구·사회환원사업 추진” 가수 겸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

line
추석 연휴 첫날 본격 귀성 시작…고속도로 곳곳 정..
‘블랙리스트’ 조윤선, 추석연휴 첫날 석방…“남은 재..
여생도 화장실에 ‘몰카’ 설치 해사 생도 퇴교 조치
photo_news
성폭행 피해 고백한 레이건 딸, ‘캐버노 성폭력..
photo_news
러시아 크리스마스이브 작전 “어산지 국외탈출..
line
[주철환의 음악동네]
illust
어디에도 없는 ‘독보적 쇼맨’… 엄마의 밥 같은 노래로 情 일깨..
[인터넷 유머]
mark부부가 지켜야 할 교통법규 mark新. 말 실수 모음
topnew_title
number 판문점 갈 때 ‘반바지’ 입어도 된다…연내 J..
술 마신채 연인 살해하려다 엉뚱한 사람에 ..
이혼후 집이 전처에게 돌아가자 격분…총질..
술에 취해 여경 추행한 경찰 간부 숨진 채 발..
“아직 추락하고 있어요”…세리머니 펼치다 ..
hot_photo
‘265kg 슈퍼호박 구경하세요’
hot_photo
선예, 셋째 임신…“내년 1월 출산..
hot_photo
천경자 ‘초원Ⅱ’ 20억원에 팔렸다..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