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 벽화서 ‘뉴요커’ 표지삽화까지… ‘고양이 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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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예술이다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은행나무

“고양이는 어느 모로 보나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동물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 레오노르 피니가 ‘고양이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피니는 파리 아파트에서 스물세 마리 고양이와 함께 살았고, 작품 속에 고양이를 빈번하게 등장시켰던 ‘고양이 주의자’였다. 피니만큼은 아닐지라도 동물학자 데즈먼드 모리스도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깊다. ‘털 없는 원숭이’로 세계적 베스트셀러 저자가 된 그 역시 ‘거대한 고양이’ ‘고양이 세계’ ‘고양이에 대한 열정’ 등의 책을 출간했으니 말이다.

이 책은 구석기 시대 동굴벽화에서 출발해 현대에 이르기까지 예술 작품 속 고양이를 다룬 예술사이다. 동물학자이면서 초현실주의 화가이기도 한 저자는 당초 출판사로부터 미술 속 애완동물에 대한 책을 써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하지만 사례가 너무 풍부해 결국 하나의 동물, 즉 고양이로 범위를 좁혔다.

고양이는 선사시대 인류에게 별 의미가 없었다. 약삭빠르게 몰래 돌아다녔기에 부족 단위로 수렵, 채집 생활을 하던 우리 조상들과 거의 접촉이 없었다. 그래서 구석기 시대 동굴 벽화나 그 뒤 암각화에서 고양이 그림을 거의 찾기 어렵다. 하지만 프랑스의 가비유 동굴의 구석기 벽화에는 우리 눈에 보기에 가장 고양이에 가까운 그림이 새겨져 있다. 간략한 선으로 묘사돼 있지만 점점 가늘어지는 긴 목, 둥근 얼굴, 귀의 모양과 위치로 볼 때 고양이다.

모리스는 이렇게 구석기 벽화에 그려진 고양이에서 시작해 중세의 동물 우화, 피카소의 초상, 솔 스타인버그의 ‘뉴요커’ 표지 일러스트레이션, 뱅크시의 벽화 등 오늘에 이르기까지, 또 공간적으로는 남아메리카 부족의 작품, 일본의 우키요에(浮世繪), 아시아의 수묵화를 아우르며 각 시대와 사조를 대표할 수 있는 그림을 선별해 고양이에 대해, 예술에 대해, 풀어낸다.

50종에 달하는 동물 행동학 책을 쓴 동물학자답게, 사이사이에 고양이의 생태를 소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림에 묘사된 고양이가 사나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발톱을 내밀지 않은 것을 보면 사실은 우호적인 상황이라든지, 소녀에게 고양이가 뺨을 비비는 것은 냄새 표시를 찍어서 영역을 표시할 정도로 소녀와 애착 관계를 형성한 증거라는 식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고양이 그림에 대한 생태학적, 역사적, 미술사적, 미학적 주석을 단 책이다. 요즘 한국 사회, 특히 출판계에 불고 있는 고양이 팬심, 고양이 덕심을 보여주는 또 한 권의 책이다. 288쪽, 2만3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