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重苦 시달리는 희귀병 환자들

진단 어렵고 치료도 쉽지 않아
신체·정신·경제적 고통에 신음

30대 중반의 여성 A 씨는 근육에 힘이 없어 이 병원 저 병원을 4년 가까이 전전하다가 최근에야 칼륨이 부족해 생기는 희귀질환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오랫동안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그는 이미 몸도 마음도 심하게 손상된 상태다.

극희귀 질환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인 20대 중반의 남성 B 씨. 이 질환으로 취업도 하지 못한 채 매달 100만 원이 넘는 치료비를 쓰고 있다. 그는 “부모님의 치료비 부담을 하루라도 빨리 덜어 주고 싶다”고 토로했다.

5월 23일은 희귀질환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제정된 ‘희귀질환 극복의 날’이다. 하지만 많은 희귀질환자가 지금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가중되는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해 정교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희귀질환재단 관계자는 “희귀질환은 환자가 2만 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정확한 환자 규모를 알기 어려운 질환의 특성으로 인해 진단 자체가 어렵다”고 밝혔다. 국내 희귀질환자의 86%가량은 진단을 위해 2개 이상의 병원에 다녔고, 약 7% 정도는 최종 진단을 위해 10개 이상의 병원에 다니는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질환 정보 및 전문가가 부족해 확진까지 평균 7.6년이 걸린다. 희귀질환자의 10명 중 6명 이상이 오진을 경험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운 좋게 진단해도 치료가 어렵다. 현재 개발된 치료제는 전체 희귀질환의 5∼10% 정도에 그친다. 환자 수가 적어 다른 질환에 비해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치료제가 개발됐어도 환자들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고가의 약값을 부담해야 한다. 백민환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회장은 “환자들은 신약의 보험급여를 기다리다 죽어가고 있는데, 정부가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