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性추행 교수, 피해자 신상 밝히며 2차 가해”

학내 8개 단체 공동 기자회견
“즉각 파면해야” 대책마련 요구

고려대 학생들이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문과대학 A 교수의 파면과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고려대 국문학과 사건대책위원회와 총학생회 등 학내 8개 단체는 24일 대학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학생들을 성적 대상으로 대하면서 여러 명의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안긴 A 교수를 학교는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려대 성평등센터에 신고된 바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5년까지 A 교수의 성추행을 경험했거나 이에 대해 알고 있다고 제보한 사람은 20여 명이고, 신원이 확인된 피해자는 7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조사가 시작되자 A 교수는 피해자와 자신의 지도학생들에게 끊임없이 연락하며 자신의 입장에 동의할 것을 강요했고, 피해자들의 신상을 밝히며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등 2차 가해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 측은 “성폭력센터 측에서 사건 발생 초기부터 선제적으로 대응하려 노력해 왔고 2차 가해에 대해 가중처벌을 약속했지만, 가해자가 센터 측의 권고를 무시하고 2차 가해를 지속했을 때 이를 즉각적으로 막을 방지책은 여전히 미비하다”며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규정상 교수에 대한 중징계에 해당하는 것은 파면·해임을 제외하고는 정직 3개월에 불과하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 비위 교원에 대한 징계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대책위 측은 전날 학내에 A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는 대자보를 붙였으며, 여기에는 2000명이 넘는 학생과 시민의 지지 서명이 담겼다.

지난 3월부터 고려대 국문학과 성평등대책위원회 페이스북에는 A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제보 글들이 올라왔다. 제보 내용에 따르면 A 교수는 학생들에게 “나랑 뽀뽀하자” “나 좀 만져 달라”는 발언을 하며 신체 접촉을 하고 전공에 관련된 자료감상을 핑계로 DVD방에 가자고 제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