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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송원찬 교수의 중국어와 중국 문화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04일(月)
비리 잡던 淸관료의 더 큰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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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번 소개했듯이 중국 최대의 부패관리로 화신(和)이 꼽힌다. 그로부터 몰수한 재산은 청나라의 10년치 국가예산일 정도였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부패관리의 대명사였던 그가 부정부패를 적발해 건륭제(乾隆帝)의 절대적 총애를 얻었다는 점이다.

화신은 재능이 다방면으로 넘치는 사람이었다. 언어는 만주어, 중국어, 몽골어 등 다국어에 능통했고 문학적 재능도 지니고 있었다. 여기에 준수한 용모와 예의 바른 태도에 재치 있는 유머까지 지녔다고 하니 팔방미인이었던 셈이다. 황제 시위대에 발탁된 후 황제의 눈에 들어 승진을 거듭하다 고위관료의 비리를 적발함으로써 황제의 신임을 얻게 된다.

화신이 고발했던 관리는 감숙(甘肅)성 순무(巡撫)를 지낸 왕단망(王亶望)이었다. 순무는 지금의 도지사급으로 행정, 군사, 사법 권한을 모두 가진 관직으로 1품인 최고위급 인사였다. 왕단망은 다른 지역 순무를 하며 권력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청나라 법률에 따르면 고위 대작을 허위로 고발하면 사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하위직인 화신은 그를 탄핵한 것이다. 다른 관료들의 만류에도 황제는 그에게 조사를 명했고, 실패한다면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화신으로선 인생을 건 도박이었다.

왕단망의 비리는 창의적이고 대범했다. 평소 매관매직 등 사소한(?) 부패를 저지르던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중앙정부를 속이기 시작했다. 그는 몇 년간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지역에 가뭄이 들어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고를 꾸준히 올렸다. 있지도 않은 가뭄을 정부에 허위로 보고하다니 대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기근이 들면 민생이 파탄 나고 굶어 죽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정부는 해당 지역 세금을 면제하고 구호 물품을 보낸다. 결국 위로는 정부의 지원을 받고 밑으로는 백성들에게 세금을 착복했으니 일거양득이었던 셈이다.

자고로 비리는 혼자 저지르지 않는 법이다. 그는 지역 관료와 짜고 정부로 보내는 모든 보고를 조작한다. 물론 중앙관료도 연루되어 있어 가능한 비리였다. 그러다 보니 일부 의심이 생겨나거나 비리가 접수되어도 모두 그를 감싸고 나서거나 알고도 모른 척했다. 조직적 범죄였던 셈이다. 심지어는 그에 대한 칭찬이 황제의 귀에 맴돌았다. 보고 내용이나 평판으로 따지자면 그는 기근을 극복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 청렴한 관리였던 셈이다.

완전범죄는 없다고 했던가? 그의 비리는 아주 사소한 기록에서 의심을 받게 된다. 그건 바로 날씨를 하루하루 기록했던 기록부였다. 평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사소한 기록으로, 하위관료가 별 의미 없이 매일매일의 날씨를 기계적으로 작성한 내용이었다. 화신은 우연히 현지의 일기 기록을 보고 이상히 여겨 그를 탄핵하게 된다.

화신은 수많은 방해를 무릅쓰고 우여곡절 끝에 왕단망의 비리를 밝혀낸다. 황제는 대로해 관련자 대부분을 사형시킨다. 비리도 비리였지만 정부를 속여 왔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황제를 속인 셈이니 용서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화신은 이 일을 계기로 황제의 절대적 신임을 얻어 고위관료로 승진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역시 부정부패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

중국 속담에 용사는 과거의 용감함을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 곧 선거가 있다. 과거의 청렴이 현재의 청렴을 보장하지 않는다. 시민의 지속적인 감시만이 청렴한 관리를 만드는 법이다.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본다.

한양대 인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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