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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04일(月)
美‘선물 리스트’와 北의 줄타기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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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연세대 교수 국제정치학

최근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북 정상회담을 두고 또다시 우리 사회는 남남갈등에 휩싸였다. 양복 차림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대를 받으며 사진기자들 앞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남북 경협 관련 주가와 통일에 대한 기대가 상승하는 만큼 안보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2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주한미군 문제가 이번 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해 줬지만,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과거와는 달리 한국과 미국의 정상이 취임 초의 추진동력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어 지속 가능한 합의의 도출 여부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또 한 차례 남북 정상 간 회담을 하면서까지 김 위원장도 미·북 정상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과거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체제 보장과 자신의 정치적 생존에 대한 위협을 미국과의 빅딜로 제거할 수 있다는 발상을 진정으로 하고 있는 것일까. 과연 김정은은 경제 개혁을 꿈꾸고 있는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원하는 최우선 목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즉각적이며 전면적인 폐기로 미 본토에 대한 위협을 일단 제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핵화는 그다음에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세스’라는 단어로 비핵화를 설명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의 선물 꾸러미는 이미 많은 것을 풀어놨단 평가다. 2000년 수준으로 미·북 관계를 복원해 줬고,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을 국제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데뷔시킬 예정이다. 또, 체제 보장, 종전선언 및 군사 위협 중단, 유엔 제재 해제와 국교 정상화 같은 선물들이 차례를 기다릴 것이다.

이 같은 리스트는 북한을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 끌어들여 전략적 교두보로 활용하기에 손색이 없다. 이쯤 되면 북한도 주판알을 튀기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제공해 줬던 것들과 미국이 제공해 줄 것들을 비교하게 될 것이다. 중국이 제공해 줬던 체제 보장, 에너지와 생필품 공급, 석탄 등 천연자원의 수출, 각종 외화벌이 사업의 대가가 없진 않았다. 북한 지도부는 항상 중국을 껄끄러워했으며 중국은 북한을 위성국가 내지는 조공국가처럼 대해 왔다. 냉전시대 북한이 소련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했던 시계추 외교가 미·중 사이에서 재현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도 미·북 정상회담이 하나의 과정임을 강조해 북한이 미국 쪽으로 지나치게 기우는 것을 경계하는 듯하다. 지난달 31일 북한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러시아가 미국의 우월주의에 저항하고 있는 것을 평가한다고 했다. 다음날 크렘린 궁은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을 공식 언급했다.

지난 20년간 햇볕과 압박을 모두 실험한 우리가 깨달은 것이 있다면, 정책의 효율성과 일관성 못지않게 그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단 점이다. 우리의 우방인 미국과 일본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단계별 타임라인과 우선순위, 우리의 로드맵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유도해 내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의 역동적 변화를 흡수할 유연성도 갖춰야 한다. 미·북 정상회담은 보수와 진보 간의 해묵은 논쟁에서 벗어나 미국과 중국 간의 경쟁 구도, 나아가 북·중·러와 한·미·일 삼각관계라는 국제정치적 동학(動學)의 시각에서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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