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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사회]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05일(火)
100건 삭제에 60만원… 새삼 주목받는 ‘디지털 장의사’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유포된 동영상·댓글·게시물 지워주는 ‘사이버 평판관리사’
자격증까지 등장 準전문직… 국내 100건 삭제에 60만원선

SNS 계정·공인인증서 등 정리
故人의 ‘잊혀질 권리’ 위해 탄생
이젠 개인정보 보호 돕는 역할

게시물 찾아내 포털에 삭제 요청
해외사이트는 까다롭고 오래걸려
범죄기록 작업땐 증거인멸 논란


유명 유튜버 양예원 씨 사건 및 홍대 누드크로키 몰카 사건 등 각종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적 논란이 되면서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이 주목받고 있다. 일명 ‘온라인 기록 삭제 전문가’로 불리며 디지털 성범죄로 유포된 촬영본을 지워줄 뿐 아니라, 개인에 대한 악의적 게시물과 댓글 등을 삭제해준다. 일종의 ‘사이버 평판관리사’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한국 고용정보원이 향후 5년 내 급성장할 유망 직종으로 선정할 만큼 미래 지향적 직업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디지털 장의사’라는 명칭의 민간자격증이 등장하는 등 준(準)전문직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디지털 유산’ 정리에서 시작 = 디지털 장의사는 본래 2005년 미국에서 죽은 사람의 ‘디지털 유산’을 정리해주는 일에서 시작됐다. 망자의 개인정보를 유족들로부터 넘겨받아 생전에 사용했던 SNS 계정 및 사진, 게시글, 카드번호, 공인인증서, 보안카드, 온라인 게임 거래 등을 삭제하고 사이버 머니 및 금융 거래를 정리해주는 일종의 ‘온라인 상조회사’ 개념이었다. 즉, 자살 혹은 사고 등으로 불행하게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의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를 위해 생겨난 직종이다. 대표적인 온라인 상조회사는 미국의 ‘라이프인슈어드닷컴(lifeensured.com)’이다. 주로 고인의 유언이나 직계 가족들의 요청을 받아 고인의 페이스북·트위터 등의 게시물 및 메시지를 삭제해준다.

개인정보에 대한 의식이 강한 한국에서는 사회 분위기상 일종의 평판관리사로 역할이 확대·변화해 자리를 잡았다. 미국 및 유럽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보다는 표현의 자유를 더 높은 가치로 여기기 때문에 당사자가 아닌 타인이 올린 게시물을 함부로 삭제하지 못한다.

반면, 개인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기는 국내에서는 리벤지 포르노 등 디지털 성범죄로 유포된 촬영물뿐만 아니라, 특정 개인에 대한 악의적 게시물과 댓글을 삭제해주는 역할로 확대됐다. 2008년 한 업체가 연예인의 악성 댓글을 지워주는 일을 시작한 게 계기다. 이후 2013년을 기점으로 국내에는 많은 디지털 장의사 업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민간자격증까지 등장 = ‘디지털 장의사’라는 명칭을 가진 민간자격증이 등장한 건 지난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평생교육진흥협회가 주관한다. 디지털 장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이 자격증 취득이 가장 유리하다. 온라인 평판관리사 및 인터넷정보처리사 등도 디지털 장의사들이 가장 많이 갖추고 있는 자격증이다.

디지털 장의사들은 의뢰인이 삭제를 의뢰하면 국내외 포털사이트 등에 특정 게시물을 모두 검색한 뒤 사이트 운영자에게 해당 게시물을 지워달라고 요청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해당 사이트 운영자가 촬영물 삭제요청을 거부할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해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검색 노출에 제한을 건다.

삭제 서비스로 받는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게시물이 유포된 곳이 국내 사이트에 한정돼 있는지, 해외사이트에도 있는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해외사이트의 경우에는 삭제가 더욱 까다롭고 오래 걸리기 때문에 더 비싸다. 또 현재 유포된 것만 삭제할지, 향후 추가 게시물에 대한 모니터링 및 자동 삭제를 원하는지에 따라서도 가격은 달라진다. 평균적으로 국내 포털사이트에 퍼진 촬영물 100건을 지울 경우 50만∼60만 원 선에 거래가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예인이나 기업 등이 고객일 경우 일반인보다 가격이 크게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게는 온라인 평판이 중요한 만큼 비싼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기 때문이다.

삭제에 필요한 기간은 모두 다르다. 국내 사이트의 경우 빠르면 하루에 삭제 요청 및 삭제 완료가 가능하며, 길어도 3∼4일이면 충분하다. 텀블러·유튜브 등 해외 사이트는 시간이 이보다 오래 걸린다. 해당 게시물이 불법게시물인 경우에는 그나마 삭제를 쉽게 요청할 수 있다. 불법성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게시물 삭제의 필요성을 해당 국가의 언어로 사이트 운영자에게 일일이 소명해야 한다.

◇커지는 논란, 치열해지는 경쟁 = 디지털 장의사 시장이 커지고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으면서 여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실제 양예원 씨 사건에서는 유명 디지털 장의사 박형진(36) 이지컴즈 대표가 양 씨의 노출 사진이 올라온 음란사이트와 결탁해 이 사이트의 사진 삭제를 전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이트와 결탁해 사진유출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은 뒤에야 사진을 삭제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의혹이다. 박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정면 반박하고 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디지털 장의사들이 삭제하는 정보가 공공의 이익 및 대중의 알 권리와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의료사고를 낸 병원의 의뢰를 받아 인터넷 장의업체가 인터넷에 떠도는 병원의 의료사고 기록을 모두 삭제한다면 공공의 이익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또 국회의원이나 공직자 등 공인들이 자신의 범죄행위 등과 관련한 불리한 게시물들을 삭제해달라고 의뢰해 작업이 진행될 경우 국민의 알권리와 배치된다. 자칫 증거인멸에 대한 공범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현재까지는 디지털 장의업체 자체 윤리에 따라 의뢰를 접수할지 말지를 판단할 뿐, 이에 대한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디지털 장의업체 관계자 A 씨는 “우리는 판사에게 게시물 삭제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변호사 역할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A 씨는 “게시물을 삭제할지 말지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네이버·다음 등 포털 및 특정 사이트 운영자의 몫이며, 우리는 해당 게시물이 왜 삭제돼야 하는지를 설득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공공의 이익을 해치는 삭제 행위는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업체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15∼20개의 디지털 장의업체가 영업 중이다. 경쟁 때문에 비용을 크게 낮추거나, 무료 서비스를 진행하는 곳도 생겼다. 업계 관계자 B 씨는 “의뢰 자체가 사실 많은 편은 아니다”라며 “일반 의뢰인들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이 대다수인 만큼 최대한 빠른 삭제를 원하기 때문에 정해진 일과 없이 밤낮으로 삭제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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