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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푸드 플러스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05일(火)
양파, 어떤 요리든 살리는 만능 재료… 광택있는 껍질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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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맛을 내고 잡냄새를 없애는 특징 때문에 웬만한 요리에 다 쓰이고 잘 어울리는 양파. 그래서 주방에 양파 한 망 걸어두면 살림이 넉넉해진 것 같고 마음까지 든든해진다. 김선규 기자 ufokim@

묵직·단단하고 직경 6㎝ 이상
원추형보다 원형·타원형 좋아
잘 건조됐나, 투명한가 살펴야

냉장고 넣어 차갑게 한후 썰면
눈 자극 휘발성 물질 적게 나와

황색 매운맛 강해 고기와 궁합
자색 단맛 있어 샐러드에 적합
가열하면 갈변현상 ‘캐러멜화’
고소한 맛 나며 풍미 풍부해져


이른 아침 고요한 양파 밭. 굶주린 벌레가 살금살금 둥근 비늘줄기를 갉아 본다. 기다렸다는 듯 숨겨둔 비장의 무기를 발사하는 양파. 벌레는 처음 겪는 독한 냄새에 겁을 먹고 도망간다. 눈물이 나게 하는 채소, 양파 이야기다. 곤충이나 초식동물에 대항하는 능력을 기르며 수천 년간 종을 유지해 온 생명의 신비가 정말 놀랍다. 양파를 썰면 눈물이 나는 경험도 이 이야기와 관련이 있다. 양파가 뿜어내는 화학무기, 휘발성 물질이 눈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황 화합물인 이 기체는 양파 세포가 공격받았을 때 즉각 뿜어진다. 자극성을 가진 이 가스는 양파를 써는 즉시 사람 눈에 도달한다. 눈물을 흘리지 않고 양파를 써는 방법도 있다. 냉장고에 넣은 다음 차갑게 해 썰면 효소작용이 느려지고 눈을 자극하는 휘발성 물질도 적게 나온다.

양파도 색깔별로 맛이 다르다. 황색 품종은 매운맛이 강하고 자색 품종은 매운맛이 덜하다. 매운맛 양파와 단맛 양파가 있는 것은 황 화합물 함량 차이 때문이다. 황 화합물은 톡 쏘는 맛과 풍미를 좌우하는 중요한 성분이다. 양파를 가열하면 수백 가지 물질 변화가 일어난다. 수분이 증발하고 갈변현상인 캐러멜화가 일어난다. 그러면서 달고 고소한 맛이 난다. 매운맛이 싫다면 찬물에 담가두거나 가열하면 된다. 황 화합물이 가열되면 감미 성분으로 바뀐다.

뉴질랜드와 일본 연구팀은 유전자조작 기술로 매운 성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썰 때 눈물은 나지 않는 양파를 개발했다. 눈물이 나게 하는 자극성 물질을 만드는 특정 효소 유전자가 발현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다.

양파는 사람에게 이로운 식품이다. 식물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파이토케미컬이라는 인체에 유익한 물질을 만드는데 양파의 플라보노이드와 황 화합물류가 바로 그것이다. 만성질환 개선에 효능을 보이거나 세포 전이에 관련한 인자를 억제해 암 예방 효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 세계 양파의 거의 절반은 중국과 인도산이다. 우리나라는 1.5% 가까운 생산량으로 세계 16위다. 인도에서는 양파 가격 폭등이 정권을 교체할 수 있을 정도로 절대적 영향력을 갖는데 그만큼 중요한 식재료가 양파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적으로 가을에 양파를 심는다. 한겨울을 이겨낸 후 해가 길어지고 기온이 올라가면 우리가 먹는 비늘줄기 부분이 부풀어 오른다. 구형으로 커지면서 새잎이 나오지 않아 줄기 조직이 약해진다. 이때 땅 위로 올라와 있던 잎들이 쓰러지기 시작하는데 양파 수확 시기를 알리는 신호다. 수확 시기에는 그늘도 없는 밭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일해야 해서 힘들다. 양파는 싸고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많은 사람의 정성과 땀방울, 그리고 자연이 함께 만들어낸 고마운 선물이다.

양파를 구입할 때는 상처가 있거나 이물질이 많이 묻어 있는 것은 피해야 한다. 농협유통 농산팀 윤경권 팀장은 원추형보다는 원형이나 타원형을 고르라고 권한다. 껍질이 잘 건조돼 투명하고 광택이 나는 것을 고르는 것이 포인트다. 같은 크기라도 손으로 감싸보았을 때 묵직하고 단단한 것이 좋으며 싹이 나거나 무른 것은 하품이다. 그리고 직경이 적어도 6㎝ 이상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양파 주산지는 전남 무안·함평·신안·해남, 경남 함양·합천·창녕, 경북 김천·영천, 그리고 제주도다. 이 가운데 무안은 양파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대표 주산지다. 창녕 지역은 양파를 처음 재배한 곳으로 재배 역사가 길다.

수확 후 판매되지 않은 양파는 싹이 나지 않게 하고 부패미생물 번식을 막기 위해 0.5도 정도의 저온저장고에 보관한다. 냉장시설이 발달하기 전에는 농가 처마 밑에 두었다. 긴 기둥을 여러 개 세우고 양파로 둥글둥글 말아 쌓아 올려 저장했다가 값이 좋을 때 내다 팔았다. 지금은 냉장시설이 잘돼 있어 1년 내내 출하하고 있다. 7월까지 저온저장고에 맡겨진 양파는 이르면 8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소비자와 만난다.

양파는 수확 후 2~3개월간 잠자는 휴면기가 있어서 저장이 가능하다. 저장할 때는 곰팡이가 자라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곰팡이는 습도가 높고 통풍이 안 되는 곳을 좋아한다. 그래서 양파는 망에 담아 서늘하고 통풍이 잘되는 건조한 곳에 매달아 두는 게 좋다.

냉장고 채소 칸에 흙이 묻은 그대로 보관하면 안 된다. 서로 눌려 짓무르게 되면 세포 내용물이 밖으로 나와 곰팡이에게 영양분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몸이 닿지 않게 하고 겉이 잘 마르도록 보관해야 한다. 수확 후 2~3개월이 지나면 휴면기간을 거쳐 싹이 나오기 때문에 그 전에 소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까놓은 양파는 잘 씻어 이물질이 없도록 해 밀폐용기에 보관하면서 먹으면 된다.

단맛을 내고 잡냄새를 없애는 특징 때문에 웬만한 요리에 양파가 다 쓰이고 잘 어울린다. 언제든 필요하고 모든 요리에 다 들어가기 때문에 마늘 한 접, 양파 한 망 걸어두면 부엌이 넉넉해지고 마음이 든든하다. 양파는 주로 부재료로 이용되지만 주재료로도 손색이 없다. 서양 요리인 수프의 기본 재료이며 조림이나 찜, 볶음 요리에도 꼭 끼어들고 있다.

바삭하게 튀겨내 특유의 달큼함이 좋은 양파튀김은 아이들 간식이나 어른들 맥주 안주로 좋다. 양파 초절임은 쌀국수나 고기요리에 함께 먹어야 제맛이다. 성남시 분당구청 김영아 영양사는 “양파의 진정한 가치는 풍부한 풍미에 있다”며 “고기요리의 냄새를 없애고 풍미를 깊게 하려면 황색 양파를 갈거나 잘게 다져서 넣으면 좋다”고 말한다. 자색 양파는 수분함량이 높아 아삭하고 단맛이 날 뿐만 아니라 색깔이 요리의 포인트가 돼 샐러드나 무침 요리에 잘 어울리고 구워서 고기요리에 곁들이면 구수하면서도 달콤함이 제법 잘 어울린다.

한편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양파중독에 대해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사람은 적혈구를 파괴하는 황 화합물을 분해하는 능력이 있으나 반려동물에는 그런 능력이 없기 때문에 동물이 양파를 먹게 해서는 안 된다.

신구대 식품영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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